"김서방 고졸이었어?" 임원 승진 '고졸신화' A씨 결국…

"김서방 고졸이었어?" 임원 승진 '고졸신화' A씨 결국…

서명훈 기자
2013.12.09 05:58

[우리들이 보는 세상] 가족들 고통 호소…삼성 LG 등 올 임원인사때 발표 안해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김 서방이 고졸이었어?” “너네 아빠 대학 안 나왔다며?”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한 A씨가 언론에 ‘고졸 신화’로 소개된 이후 겪었던 일이다. 그전까지 A씨는 다정다감한 성격에 돈까지 잘 버는 100점짜리 아빠이자 사위였다. 고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인 장모님은 여러 모임에 발길을 끊었고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한동안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 기업들이 임원 인사 때 고졸 신화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임원인사가 마무리됐지만 작년과는 달리 고졸 신화는 보도자료 내용에 모두 빠져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고졸 우대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졸 출신 임원들이 몇 명인지를 앞다퉈 발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B사 관계자는 “정부 눈치도 있고 해서 지난해까지는 고졸 출신 임원들을 일부러 부각시킨 면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능력이나 성과를 잘 알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가족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올해에는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한민국 학력 차별의 벽이 얼마나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동시에 기업들이 최근 신입사원 채용 시 출신학교와 영어점수 등을 보지 않는 스펙 파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험난한 길이 남았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S사의 경우 승진자의 출신대학을 공개하지 않고 최종 학력만 기재하기도 했다. 승진자들이 학력을 공개하는데 동의를 하지 않아서다. 최종 학력은 모두 명문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지만 비명문대인 학부 출신까지 밝히고 싶지 않아 했다는 후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내고 있는 고졸 신화는 이중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졸 신화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 누구보다 사회에 나와서 자신의 일에 열정을 바쳤고 고난을 극복하며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보며 ‘나는 대학까지 나왔으니 더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물론 어떤 이들은 그들의 성공을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폄하하는 좋은 도구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경우든 간에 신화의 주인공들이 던져 주는 움직일 수 없는 교훈은 학력이 아닌 그들의 배움의 자세다.

비록 입사할 때 최종학력이 고졸이었지만 이들 대다수는 사회에 나와서도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주경야독으로 대학은 물론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이들도 부지기수다.

입사 당시의 학력은 과거의 한 단면일 뿐 오늘날 그 사람을 설명해 주는 전부가 아니다. 그들이 간판 대신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고졸 신화'가 없어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고졸 신화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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