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아진다는데… '위기' 외치는 재계 엄살?

경기 좋아진다는데… '위기' 외치는 재계 엄살?

서명훈 기자
2014.01.06 06:31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앞으로 경영환경은 위기 그 자체다."

지난 2일 이건희 삼성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새해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기 앞서 위기의식을 가져달라는 주문이다.

재계총수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 있다"거나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그 어느 해보다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전문경영인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기를 뛰어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진단하는가 하면 "혹한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재계의 이런 위기의식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도 적지 않다. 지난 연말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9%로 예상한다. 이는 2010년 이후 4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3.6%)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장밋빛 전망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회복을 기대해도 좋은 수치다.

아울러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지난해 1.9%에서 3.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그동안 발목을 잡아온 내수 역시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란 희망을 가져도 무리는 아니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너무 엄살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대비해 핑곗거리를 미리 만들어놓고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의 국회통과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재계 고위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과거에는 제품이 안 팔리고 적자가 나는 것이 위기였지만 지금은 위기의 본질이 달라졌다. 트렌드에 한번 뒤처지면 만회가 불가능하고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망하고 만다."

예전에는 시행착오를 거쳐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면 얼마든지 추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한번 '삐끗'하면 아무리 잘나가던 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고 최고경영자들은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최첨단업종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때 세계를 호령한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한순간에 몰락한 것이 좋은 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도 고민의 무게를 줄여주지 못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선두기업들은 더 저만치 가버릴 것이고 그 흐름을 타지 못하면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기업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절대 엄살이 아니다.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한번 곱씹어보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