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오만에서 뇌물제공 혐의로 법정구속된 A상사 부사장 B씨(62)는 중동전문가다. 그는 대학시절 현지 언어를 전공한 뒤 이 회사에 입사해 30년 넘게 중동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는 수출실적을 인정받아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일반회사 정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중동의 모래바람에 맞서는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을 가늠케 한다.
B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현지 국영석유회사 사장에게 840만달러(약 90억원)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400만오만리알(약 111억원)을 선고받았다.
회사 측은 석유화학플랜트 수주과정에서 현지 컨설팅업체에 정상적인 비용을 지급했다면서 항소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들여 키워낸 '인재'를 잃는 것 못지않게 회사가 받을 유·무형의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중동프로젝트 수주과정에서 현지 컨설팅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는 각종 현지 절차와 규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A사 설명대로 90억원이 컨설팅비용이라면 공사규모를 감안할 때 '합리적인' 수준이다. 문제의 플랜트공사 금액은 12억달러(1조3000억원 상당)로 알려졌다.
개발도상국이나 규제가 복잡한 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비정상적' 수단까지 동원해야 하는 경우가 적잖다. 발주처가 '협조'를 요청했다면 90억원 정도는 '투자'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컨설팅업체와 연계돼 일종의 대가를 챙긴다. 다른 상사의 해외주재원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원의 친인척이 유령 컨설팅업체를 세워놓고 비용을 요구하곤 한다"면서도 "국영회사 사장 명의 업체의 스위스은행 비밀계좌로 (대가를) 입금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정쟁의 산물이라거나 '과도한' 수주경쟁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자의 경우 수주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내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얘기다. 그 진위는 항소심 절차 등에서 가려지겠지만 중동 수주환경이 어려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