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분배, 하향평준화를 요구하는 사회

[광화문]분배, 하향평준화를 요구하는 사회

오동희 산업1부 부장(재계팀장)
2014.04.09 06:29

최근 상장기업들의 사업보고서 발표 과정에서 등기임원의 개인 연봉이 처음 공개되면서 '분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누가 더 가져가느냐 덜 가져가느냐'의 논란은 공개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까지 논의가 흘러가고 있다.

분배적 정의(正義)의 측면에서 보면 분배는 사회체제의 선택과 관련이 있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가 곧 분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경제체제는 사적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자유경쟁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 사회주의는 그 반대의 이상을 추구한다.

4명만이 사는 사회가 존재한다고 치자. 케이크 하나를 놓고 4명이 둘러 앉아있다. 이 케이크는 이들이 공동의 동일한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인간이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다고 할 때 이 케이크를 어떻게 자르는 게(분배비율을 정하는 게) 공평하다고 인식할까.

누가 먼저 칼을 잡을지도, 칼을 잡은 사람이 어떤 크기로 케이크를 자를지도, 잘려진 케이크 조각을 누가 먼저 선택할 지도 알 수 없다면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는 4명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하다.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간단한 분배의 원칙(정의) 중 하나는 `케이크를 칼로 자른 (분배비율을 정한) 사람이 가장 나중에 남은 케이크 조각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칼을 잡든 가장 마지막에 남을 조각이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케이크를 동일한 크기로 자를 것이다.

이는 우리가 `동일하게 4등분하면 4명 모두가 불만 없이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평등한 분배의 철학적 배경이다. 이는 사회주의에 가깝다.

사회적 분배의 일례로 솔로몬 제도 테모투주의 섬 아누타에 험난한 파도와 폭풍우와 싸우는 폴리네시아인들의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300명이 사는 이 마을의 전통 중 하나로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어부의 미망인들과 그 자녀들을 마을 공동체가 보살피는 `아로파'(aropa)라는 제도가 있다.

고기를 잡을 때 협동하고, 포획물은 공유하고, 고기잡이를 나가지 못한 미망인에게는 공동으로 나눠주는 풍습이다. 아로파의 실천은 섬의 한정된 자원을 주민들이 싸우지 않고 공평하게 나누는데 기여한다. 이 마을의 행복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이런 이상적인 사회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동일한 노력을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없는 300명 이상의 더 복잡한 세상이라는 점이다.

평등하게 4등분할 것에 동의할 것인가를 물으면 좀 더 노력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더 노력했으니 케이크를 좀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으면 노력하지 않는 게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이상론에 가까워 현실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을 인정하되, 이 불평등이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삶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흘러가도록 원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의 결과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해주고, 이를 기반으로 아로파를 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적 현실은 더 가진 사람을 끌어내려 나와 어깨를 맞추려는 성향이 있다. 한반도 내의 한정된 자원을 갖고 다툴 경우에는 높이 있는 사람을 끌어내리면 나의 위치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반도가 아닌 세계 시장을 무대로 싸우는 우리 기업들에게 경제력 집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분배의 하향평준화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더 많이 벌어 더 나눌 수 있는 원칙수립이 중요하다.

기업들에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s: 그리스 신화에서 침대 길이에 맞춰 키를 늘리거나 다리를 잘라서 죽이는 침대)를 들이대 성장을 멈추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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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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