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람없는 바다에서 돛단배가 살아남으려면

[기자수첩]바람없는 바다에서 돛단배가 살아남으려면

김훈남 기자
2014.07.06 16:39

"2분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본업이 잘 돼야 하는데 하반기나 지켜봐야하지 싶습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귀띔해달라는 질문에 기업 관계자들은 비슷한 반응을 내보인다. 업계는 올해 초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음 분기를 기약했지만 2분기가 지나도 업황이 회복됐다는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별로 신사업 분야에서 빛을 보는 곳도 있지만 주력 사업이 고전을 하고 있는 상태서 극적인 매출신장이나 영업이익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요즘 정유·화학업계는 한마디로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 돛단배' 신세다. 정제마진과 제품가격 등 지난해 악화된 업황이 좀처럼 회복을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전방산업의 수요에 의존하는 산업 특성상 업체들 스스로 업황을 개선하기 보단 글로벌 경기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바다 위 표류하는 기업들은 배의 무게를 줄이고 나섰다. 부서 통폐합으로 비용과 인력을 줄이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출장경비 등 부서 운용비용을 줄이는 긴축경영에 들어갔고 GS칼텍스는 임원의 15%를 줄이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도 "줄일 수 있는 비용을 모두 줄이고 있다"고 상반기 전략을 말한 바 있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배의 무게를 줄이다 못해 돛의 크기나 개수를 줄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업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R&D(연구개발)와 설비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실례로 지난 5월 톤당 11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PX(파라자일렌) 가격이 1400달러를 회복하면서 가장 큰 수혜업체는 설비 가동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설비를 확충해온 업체들이다.

공장가동을 중단한 나머지 기업들은 공급과잉 현상을 해소, PX가격 반등에 주된 역할을 했지만 되레 반등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일시적인 수급개선에서 비롯한 PX가격 반등이 하반기로 이어질 경우 이들 업체들의 실적 차이는 확연해질 전망이다.

바람이 없는 바다의 돛단배는 결국 바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만 바람이 불었을 때 누가, 얼마나, 온전한 돛을 보존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배의 속도는 달라진다. 아직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우리 정유화학업체가 하반기를 맞아 '돛'의 상태를 점검해야 할 시기가 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