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업체를 대표하는 '빅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불황 타개 필살 전략으로 꼽혀온 해양플랜트가 지나친 저가수주 경쟁 후폭풍으로 각사의 영업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이른바 '저가 수주의 저주'다.
해양플랜트의 저주는 2009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맥을 함께 한다. 당시 조선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가운데 빅3는 치솟는 글로벌 유가에 주목했다. 상선 시장 침체를 극복할 대안으로 '해상의 석유시추시설'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나서기 시작한 것. 빅3가 대형 프로젝트를 연달아 따낼 때만 해도 수익성 개선은 눈앞에 온 듯 했다.
하지만 수주 당시의 기쁨은 손익이 반영되는 최근 들어 악몽으로 변하고 있다. 건조 소요 기간이 4~5년 걸리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따른 손익 계산이 바야흐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 말레이시아 국영석유업체 페트로나스로부터 수주한 FLNG는 7억7000만달러였지만 지난 2월 삼성중공업이 동사로부터 수주한 유사한 규모 FLNG는 14억달러 수준이었다. 거의 '반값'에 수주한 셈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파트너사와 기자재조달 비율에 차이를 보인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 규모다.
삼성중공업 역시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 프로젝트 수주 당시 현대중공업을 제치기 위해 무리한 현지투자 요건을 계약에 삽입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저가 수주로 수익성이 악화돼 올해 그룹차원 경영진단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 1일 재무책임자가 교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경쟁사보다 뒤늦게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든 현대중공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전세계 조선업체 순위 1~3위를 모두 국내업체가 차지한다는 사실은 자랑스럽지만, 이들이 서로 지나치게 견제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전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경쟁이 펼쳐지면 대부분 빅3의 싸움이다. 조선 빅3가 어떻게든 수주만 따내는 데 급급해 발주사에게 놀아날수록 적자 폭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빅3 뿐이다"며 "글로벌 오일메이저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단기적 수주 성과에 급급해 저자세로 임하는 면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