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시아나 사고, '운항정지'만 답일까?

[기자수첩]아시아나 사고, '운항정지'만 답일까?

김남이 기자
2014.08.03 16:33

지난 6월 20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앞으로 청원서 한 통이 도착했다. 엘로이 이노스 미국 북마리아나제도 주지사가 보낸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사이판 노선에 내려진 7일의 운항정지 처분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시아나는 안전규정을 위반해 운항정지를 받은 상태였다.

그는 "국토부의 안전 정책을 방해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한국인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35%를 차지하는 만큼 다른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사이판 한인회도 비슷한 내용의 청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오는 10월 14일부터 7일간 아시아나의 운항정지를 확정했다.

현재 국토부는 지난해 7월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에 대한 행정처분도 검토 중이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아시아나 조종사의 과실을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운항정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대 90일의 운항정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가 지난 92년부터 운항 중인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연평균 17만명 이상이 이용 중이다. 이중 외국인 승객이 70%가 넘는다. 운항정지 90일을 받을 경우 300억~4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아시아나는 유구무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고 과실이 있는 만큼 변명의 여지는 없다"며 "다만 미국 NTSB가 지나치게 조종사 과실로 몰고 간 것과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운항 수를 줄인 것을 고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운항정지 만이 답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90일간 운항정지가 되면 고객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고 동시에 외국 항공업계만 반사이익을 가져갈 수 있어서다. 아시아나 경쟁력과 이미지 저하도 피해가기 어렵다.

물론 사고를 낸 아시아나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부작용이 큰 운항정지 대신에 강도 높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를 다른 안전대책에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항공법에도 운항정지로 이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자국 항공사에 운항정지를 내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과 유럽은 보상금 및 과징금으로 대신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최근 10년간 운항 정지 처분이 없다.

실제 미국 항공청(FAA)은 조종사의 조작 미숙 등이 주원인으로 지적된 2006년 컴에어 충돌 사고(49명 사망), 2009년 콜간항공 추락 사고(49명 사망) 때도 운항정지 없이 과징금을 부과했다. 어떤 처분이 합리적일지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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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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