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전봇대는 사각형, 우리나라는 원형…왜?

동남아 전봇대는 사각형, 우리나라는 원형…왜?

최우영 기자
2014.08.13 15:26

[생활속산업이야기]콘크리트 전신주 내구성 높이기 위한 '원심력' 제작 때문

동남아 한 거리의 직사각형 형태 전봇대(왼쪽)와 달리 서울 시내의 전봇대(오른쪽)은 원기둥 형태로 생겨 보다 높은 강도와 내구성을 자랑한다. /사진=최우영 기자
동남아 한 거리의 직사각형 형태 전봇대(왼쪽)와 달리 서울 시내의 전봇대(오른쪽)은 원기둥 형태로 생겨 보다 높은 강도와 내구성을 자랑한다. /사진=최우영 기자

동남아지역을 여행하다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네모난 형태의 전봇대(전신주)들이 거리에 보인다. 현지 가이드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뱀이 많기 때문에 타고 오르기 힘들도록 각진 형태로 만들었다"고 답한다. 과연 그럴까.

많은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해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네모난 전봇대를 타고 오르는 뱀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이기 때문이다. 파충류 전문가들 역시 전봇대의 형태는 뱀의 운동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뱀의 전봇대 이동 원리는 배 부분 전반에 걸친 역방향 비늘결을 이용한 측선 물결운동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와 국내 전봇대 형태를 결정짓는 가장 큰 차이는 제조공법에 있다. 흔히 동남아에서 보이는 전봇대는 거푸집에 콘크리트와 철근을 들이부은 뒤 자연스럽게 하루 종일 양생(굳힘)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제조비는 저렴하지만 강도가 낮고 제작시간이 오래 걸린다. 각진 외형은 태풍 등의 기상 변수에 취약하기도 하다.

반면 원기둥 전봇대를 만드는 기본 원리는 '원심력'이다. 아주산업, 원기업 등 국내 업체들의 전신주 제작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원기둥 형틀 중 하부 형틀 안에 콘크리트 흡착 방지용 기름을 바른 뒤 편성망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투입한다. 투입이 완료되면 상부 형틀을 조립한 뒤 고속으로 회전시킨다.

7단계 가량으로 속도를 높여가며 10분 가량 고속 회전시키면 전봇대 두께가 일정해지면서 강도가 높아진다. 이후 70℃ 가량의 온도로 고압 스팀 증기를 살포해 굳힌다. 형틀에서 꺼낸 전봇대는 다시 180℃, 10기압 가량의 조건에서 굳힌다. 상온에서 굳히는 사각형 전봇대 공정과 달리 스팀으로 양생하는 경우 12시간 가량이 걸려 제작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된다.

이렇게 완성된 원기둥 전봇대는 80MPa 정도의 압축강도를 지니게 된다. 1MPa는 단위면적 1㎟당 0.102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정도다. 전봇대를 현장으로 옮겨 땅 속에 박는 항타작업시 16톤 가량의 하중으로 1000~1500타를 넣게 되는데 그 강도를 다 견딜 수 있다.

이 같은 원심력 제작 과정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때문에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동남아 업체들은 아직 원기둥 전봇대를 자체 제작하지 못하고 있어 일부 국내기업이 태국, 캄보디아 등에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제작 및 보급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가 진출한 경우 임시적으로 제작공간을 현장에 마련해 국내업체가 전신주를 공급하기도 한다.

한편 국내 콘크리트 전봇대의 역사는 1960년대에 시작됐다. 한국전쟁 이후 전신주의 재료인 목재가 귀해지자 고 원용선 삼원기업 회장,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86) 등은 벌목 작업이 필요 없는 콘크리트에 주목했다. 이후 양산된 콘크리트 전신주는 목재 전신주를 전량 대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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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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