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에서 100만원까지 리베이트 증언, 금감원 긴급 실태조사 뒤 특별검사 예고

퇴직금 적립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퇴직연금 전환사업이 리베이트 살포 등 불법 영업 논란으로 얼룩졌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실태 파악과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임직원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퇴직연금 신청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사들이 수십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일부 은행들은 자사 퇴직연금 가입을 전제로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약속하는 등 위법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신청을 유도하기 위한 리베이트나 우대금리 제시 등 특별이익 제공 행위는 금지돼 있다.
한전은 지난달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37곳을 선정해 자사 임직원 2만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전환에 나섰다. 이와관련, 한 퇴직연금 사업자 관계자는 "한전의 퇴직연금 전환 신청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일부 사업자들이 근로자의 퇴직금 규모에 따라 수십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우리 회사로 퇴직연금 가입을 신청한 한전 임직원 수십여명이 '다른 사업자들은 리베이트를 약속하는데 이 곳은 왜 주지 않느냐'며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 관계자도 "대형 시중은행 한 곳에서 가입을 전제로 한전 임직원에게 수십만원대 리베이트를 약속하자 다른 은행과 보험, 증권사들이 가입자 유출을 막기 위해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규정을 준수한 사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과 관련규정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를 위해 예금 또는 대출금리를 우대해주거나 수수료, 금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연금자산 확대(수익률)라는 본원적 경쟁에 소홀해질 수 있는데다 추후 가입자에 관련 비용을 전가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퇴직연금 전환이 시작되기 전부터 과당경쟁 우려가 제기돼 왔다. 퇴직금 적립액만 1조5000억원 규모, 임직원 2만명으로 공기업 최대규모라 연간 퇴직연금 운용 수입만 100억원대에 이른다. 게다가 가입자 유치시 다양한 금융상품을 교차 판매할 수 있어 매력이 높다. 가입자 유치 실적이 저조할 경우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만큼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도 뒤늦게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당경쟁이 우려돼 한전 사업에 참여하는 37개 사업자를 불러 사전 경고했는데도 불법영업 논란이 불거져 유감"이라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선 뒤 불법행위 정황이 드러나면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업권별 검사부서와 특별검사 여부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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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측의 부실관리에 대한 사업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지난주 노무처 명의로 "(퇴직연금 신청) 부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각사의 과당경쟁 사례가 본사로 접수되고 있다"며 "리베이트 제공, 사은품 제공 등 가이드라인 미준수로 인해 발생하는 향후 패널티는 각사의 책임임을 다시 한번 공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자에 대한 고지 외에 별다른 실태 파악이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에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 관계자는 "사업설명회 당시부터 과열경쟁이 우려돼 사전 공지를 했는데 현장점검에 나서지는 못했다"며 "당국 조사결과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사업자에 대한 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