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사장님과는 무릎 이야기만 했어요"
한상범LG디스플레이(12,770원 ▼480 -3.62%)사장은 지난 9일 OLED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삼성과 벌이고 있는 법정다툼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올해 첫 정기총회 자리에서다.
지난해부터 무릎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사장이 전임 협회장인 박 사장과 한 테이블에 앉아 소송이 아닌 건강 얘기만 나눴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관련 영업비밀을 빼낸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진 민감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인지 한 사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소송 건은 검찰이 알아서 하는 거고 박 사장님과는 그런 얘기는 안 한다"고 답을 피했다.
박 사장 역시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인사말을 통해 "2015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 선임된 회장님께 많은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밝힐 뿐이었다.
이날 양측 수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입을 다물었다. 전·현직 협회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터였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당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난타전은 치열했다. LG 측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의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기술탈취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공을 펼쳤다. 삼성 측도 "해당 기술은 이미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기술이라 부정하게 취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받아쳤다.
두 기업의 법정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선두를 다투는 라이벌인만큼 소송의 역사도 깊다. 2012년에는 아몰레드 TV 기술 유출 건으로 쌍방 소송전을 펼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삼성의 OLED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연구원들이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쟁사 간의 신경전은 불가피하지만 지나친 기싸움은 세계무대에서 이미지를 갉아먹는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일본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1~2년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이 같은 소모전은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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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상처뿐인 불필요한 흠집 내기는 그만두고 상호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다. 그것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