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기업 '임원'이 비용 절감 수단으로 전락되지는 말아야

모든 사회적 관심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쏠려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을 시작으로 8월은 SK(주)와 SK C&C, 9월에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결합이 이어진다. 이러한 가운데 연말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설이 나오고 있다.
합병에 따른 인력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에 출생한 고참 부장들을 '임원'으로 선임한다는 것이다. 임원이 된다는 것은 수십 년간의 직장 생활의 노고를 인정받는 것이련만, 승진 대상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기쁨보다는 걱정을 앞세우고 있다.
그 간의 직장생활에 대한 보상보다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규모 승진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어서다. 기업 결합에 따른 조직 및 인력 개편, 내년에 본격 시행될 정년 60세 보장제도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것이다. 올 연말에 승진하는 임원의 다수에게 1년 남짓 임기만 주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참부장보다는 같은 수의 초임 임원을 두는 것이 회사 비용 측면에서는 유리하다고 한다. 임원이 되면 차량제공·판공비·복지혜택 등을 추가로 지원 받지만, 1년차 임원의 연봉이 고참부장보다 적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임원 재직 기간이 최소 2년은 넘어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게 되고, 비로소 임원 승진 직전의 부장 연봉과 비슷해지거나 조금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중복된 업무를 하던 일부 종사자들은 재배치되고, 담당 임원들은 줄일 수밖에 없다. 합병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을 조정해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임원들을 관두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임시직인 임원들과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그만이어서 회사에서 정리하기도 쉽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임원이 됐다는 것은 자신의 노고를 회사에서 인정받았다는 측면이 강했는데, 최근 기업들이 비용 절약을 위해 연말에 대규모로 임원 승진인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아닐 수도 있지만, 향후 2~3년에는 불가피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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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된다는 것은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는다는 측면보다는 정신적인 보상에 더 가까웠다. 청춘을 바쳐 일한 곳에서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임원으로 마무리하는 것과 부장으로 마감하는 것은 제2의 인생을 설계할 때 차이가 크다며, 임원 승진 후 퇴사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라는 시각도 있다. 짧은 기간이라도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면, 작은 규모의 중견·중소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임원은 최고 경영자가 건실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주춧돌이며,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선망의 자리다.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많은 직장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임원 자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지는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