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해양플랜트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라고 여러 군데 많이 자랑하고 다녔는데, 깜빡 속았다. 나는 바보 멍텅구리가 됐다.”
지난 2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 의원이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쏟아낸 말이다. 이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알고 봤더니 형편없는 회사”, “대한민국 경제에 부담만 왕창 주고 있다”, “살릴 가치가 없다” 등의 표현을 썼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정치권과 금융권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비 올 때 우산 뺏는 식으로 선박금융 회수를 검토하며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은 부실 책임을 묻겠다며 경영활동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은 해양플랜트 수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은 ‘조선 빅3’였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지상 유전의 고갈로 해양유전에 눈을 돌린 오일메이저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능력은 빅3만 갖고 있었다. 비록 해양플랜트 단가 산정 등에서 천문학적인 손해를 봤지만 사상 최초의 계약이라 경험이 없었고, 상선 등과 같은 ‘관례’도 없었다.
값 비싼 수업료를 낸 조선업계는 이제는 해양플랜트로 돈을 벌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놓았다. 다만 불가항력적인 전세계 유가 하락으로 발주가 끊긴 상황이다. 언젠가 유가가 다시 올라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된다면 조선 빅3가 시장을 독식할 수도 있다.
빅3 못지않게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중견 조선업체 역시 언제든 도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미 조짐도 보인다. 무조건 빠르고 싼 배만 찾던 선사들이 환경규제 등으로 인해 연비 효율을 중시하는 스마트 에코쉽으로 옮겨가고 있다.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단가에도 기술력을 앞세워 최악의 불황 속에서 계약을 따내고 있다.
물론 조선사는 시장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 사측의 고강도 구조조정에다 강성일변도였던 노조가 기본급 동결 수준에서 임단협을 타결하는 등 정상화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독자들의 PICK!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경제 부담의 주범’ 같은 딱지가 아니라 격려와 지원이다. 그동안 국가경제에 기여해온 조선산업의 역할을 향후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조선업의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