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년만에 '실적효자'…SK인천석화 공장 가보니

[르포]10년만에 '실적효자'…SK인천석화 공장 가보니

인천=남형도 기자
2017.06.09 05:19

1조6000억원 투자한 고도화 설비 덕에 영업이익 6.5배↑…최태원 회장도 "잘되서 다행이다" 추켜세워

2일 오후 2시 인천시에 위치한SK인천석유화학 정문 앞. 50만평을 둘러싼 거대한 방음·방호벽을 마주하니 수도권에서 유일한 정유·석유화학 공장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13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습니다. 처음 공장을 세웠을 때는 도심이 아니었는데 아파트 단지가 공장을 둘러싸는 형국이 됐어요. 주민들과 공생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담장에 대한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니 육중한 철탑들과 팔을 뻗은 듯한 파이프라인들이 펼쳐졌다. 국내 3번째 정유공장으로 시작해 48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의 무게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여기가 1공장입니다. 1971년에 만든 공장이에요." 관계자가 가리킨 곳에는 다소 낡아 보이는 정유공장이 우뚝 서 있었다. 당시에는 SK인천석유화학이 아닌 경인에너지개발(주)이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석유 수출은 꿈도 못 꾸던 시절, 미국 정유사인 유니언오일과 한국화약이 합작해 만든 회사였다.

타워처럼 생긴 원유정제시설에서는 원유를 가열해 휘발유·등유·경유·항공유 등 끓는점의 차이에 따라 제품을 분류한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타워의 높이가 높을수록 끓는점이 세분화돼 다양한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타워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빠져나간 물질들은 인근 설비로 옮겨져 가스,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한 뒤 석유제품으로 거듭난다. 원석을 갈고 닦아 보석이 되면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유전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중동 산유국에 석유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비결이 눈앞에 있었다. 정제능력을 갖춘 SK인천석유화학은 1960~70년대 글로벌 메이저 기업에 의지하다 경영권을 가져온 다른 정유사들처럼 각고의 노력을 거쳐 자생력을 갖추게 됐다. 현대정유로 경영권이 이전됐다가 2001년 부도가 발생해 휘청거렸고, 2005년 3조원에 SK그룹에 인수된 뒤 SK인천정유가 됐다. 2013년 인적분할이 된 뒤SK이노베이션(123,200원 ▲5,000 +4.23%)자회사 5곳 중 한 곳으로 출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애정이 남다른 이유도 2005년 인수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다. SK인천석유화학의 명물인 '벚꽃동산'을 찾은 최 회장은 벚꽃이 만발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은 뒤 저녁까지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올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도전상'을 받은 SK인천석유화학을 추켜세우며 "잘되서 다행이다. 내년 벚꽃축제에는 꼭 불러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장을 돌던 차량이 한 철제타워 앞에 멈춰섰다.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원료를 만드는 '파라자일렌(PX) 공장'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SK인천석유화학을 흑자전환에 이어 견조한 실적으로 이끌어준 주인공이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날리게 해준 셈이다. 2014년 SK이노베이션이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30만톤의 PX 공장을 세운 뒤 중국 등을 위주로 PX 수요가 높아졌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에 힘입어 SK인천석유화학은 2015년 흑자전환한데 이어 지난해 37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이익이 650% 급등했다. 올해는 1분기 만에 작년 영업이익의 35%인 1318억원을 달성했다. SK그룹 인수 10여년 만에 '실적효자'로 거듭난 것이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적자를 워낙 오래 냈었기 때문에 아직은 잘 나간다 말하긴 이르다"며 겸연쩍어 했다.

SK인천석유화학의 또 다른 강점은 CSU(Condensate Splitter Unit, 초경질원유 분리공정)정제시설이다. 파란색 타워 모양을 한 CSU는 얼핏 보기에는 빨간색 타워인 CDU(Crude Distillation Unit, 상압증류공정) 정제시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CDU는 사용할 수 있는 원유가 제한적이지만, CSU는 다양한 원유를 다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좋은 산유국의 원유를 더 싼 값에 들여올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실제 SK인천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원가가 낮은 이란산 원유 1307만 배럴을 들여와 정제마진을 크게 남겼다.

공장을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소방서였다. 고가 사다리를 탑재한 특수 소방차를 포함해 총 4대가 주차돼 있었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구급차도 있고 소방대도 따로 있고 훈련도 하고 있다"며 "왠만한 소방서보다 더 잘돼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플래어스택(공장의 압력을 조절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시설물)은 안전공단에서도 교본을 삼을 정도라고 했다. 도심 속 공장이라 안전사고에 더 철저히 신경쓰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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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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