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정의선과 스티브 잡스

[우보세]정의선과 스티브 잡스

최석환 기자
2017.07.20 05: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늘 우리는 혁신적인 제품 세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대화면의 터치스크린 아이팟과 혁명적인 휴대전화, 완전히 새로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기. 이것들은 각기 다른 기기가 아니고 단 하나의 기기입니다. 우리는 이 제품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행사장에서 당시 애플의 CEO(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스마트폰 신화의 서막이 된 이 날의 아이폰 공개 행사는 이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무엇보다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들고 나와 이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잡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본인이 창업한 회사의 구원투수로 돌아온 그는 결국 위기에 빠진 애플을 구해내며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려놨다.

'프레젠테이션' 하면 떠오르는 국내 기업인 중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있다.

최근에도 정 부회장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소형 SUV(다목적스포츠용차량)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현대차(509,000원 ▼4,000 -0.78%)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코나'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며 화제를 뿌렸다.

특히 하와이의 대표 휴양지에서 따온 차명(코나)에 맞춰 입은 '흰 티셔츠'와 '청바지', 낡은 스타일이 돋보이는 '골든구스 신발'은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사실 정 부회장의 이번 프레젠테이션이 주목받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신차 소개를 위해 나선 첫 사례라는 점이다. 그간 정 부회장은 중장기 친환경차 전략과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미래 모빌리티·자율주행차 전략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 주로 섰었다.

정 부회장이 이처럼 제품을 홍보하는 행사에 직접 나온 것은 현대·기아차가 직면한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352만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년 대비 8.7% 감소한 수치다. 판매 비중이 높은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에서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DD) 보복 조치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0% 가까이 판매 실적이 줄었다. 여기에 대규모 리콜 사태와 노조 파업 예고 등 내부 악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룹 안팎에서 정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조기 등판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에서 글로벌 홍보를 담당했던 프랭크 에이렌스 전 상무는 최근 낸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부회장이 그룹을 물려받게 되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정 부회장은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는 사실은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정 부회장의 장기인 '프레젠테이션'도 잡스처럼 현대차그룹을 위기에서 구하는 마술을 부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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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기자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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