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반도체 'LED'의 재발견]①에디슨의 백열전구를 넘어 LG프라엘까지

전기가 흐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 1962년 GE(제너릭일렉트릭)의 LED(발광다이오드) 개발은 백열전구 대량생산 이후 근한세기만에 조명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 혁신기술로 주목받았다. 발명왕 에디슨의 원조 전구회사로 출발해 조명산업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해온 GE는 또 한번의 빛의 혁명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새로운 빛'과 명암
역설적인 것은 GE의 조명산업 몰락이 바로 LED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상용화된 LED는 100년 넘게 인류의 밤을 밝혀온 백열전구를 집어삼킨 것처럼 '창조자' GE에서 조명사업 자체를 지워냈다. 백열전구보다 20배 이상 오래 가는 LED의 수명이 GE의 판매전략에 예상치 못한 타격이 됐던 것이다.
중국산 LED의 저가공습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이 GE의 조명사업 매각 소식을 타전했을 때 GE 전체 매출에서 조명사업 비중은 2%에도 못 미치게 쪼그라든 상태였다.
GE의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개발한 LED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있었다. GE는 LED 조명의 폭발적인 시장성과 조명을 넘어선 새로운 가능성을 모두 놓쳤다.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LED 조명시장에서 패퇴했던 국내 기술기업들이 최근 바이오농법과 의료, 헬스케어로 확장된 새로운 영역을 겨냥해 프리미엄 LED 전략을 가다듬는 까닭이다.
사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상황도 GE의 현실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2010년 LED를 태양광,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와 함께 5개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했던삼성전자(173,500원 ▼14,700 -7.81%)는 중국산 공세에 밀려 2014년 10월 LED 조명 해외영업을 접었다.
LED 사업 전체를 갈아엎은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결단에서 LED 사업의 부침이 얼마나 심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1~2015년 LED 사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밀어붙였던 정부의 '오판'도 한몫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만이 아니었다.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했던 국내 중소기업도 이 시기를 거치며 대부분 나가떨어졌다.

◇헬스케어·바이오 등 영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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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튀기는' LED 시장에서 르세상스의 가능성이 먼저 보이기 시작한 분야는 헬스케어다. LED 조명의 자외선(UV) 영역을 강화해 물이나 공기를 살균하는 장치에 활용한 것이다. 수은이 포함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기존 자외선 살균 램프 대신 자외선 LED 소독기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선진국 시장이 우선 타깃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출력 100㎽(밀리와트)의 자외선 LED를 이 분야 선두주자인 일본보다 2년 앞서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글로벌 매출 순위에서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LG이노텍은 올해 150㎽, 내년 200㎽급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LED 조명을 생장 촉진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삼성LED를 합병한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식물 성장을 촉진하는 660㎚(1나노미터는 1억원의 1m) 파장의 LED 광원 패키지를 출시하며 LED 사업 범위를 농업분야까지 넓혔다.
LG전자(113,400원 ▼4,600 -3.9%)는 LED 빛의 이런 효과를 피부미용에 적용한 미용기기로 B2B(기업간거래)를 넘어 일반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고 있다. LED 빛을 피부나 근육세포에 쪼이면 평소보다 3배 가량 빨리 성장한다는 연구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피부미용기기 '프라엘'은 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가치 만드는 LED
LED 기술력 자체의 고도화는 TV 디스플레이 등 프리미엄 완제품의 경쟁력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의 시네마 LED '오닉스'를 내놓은 데 이어 올 하반기 가로 세로 크기가 100㎛(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LED 광원으로 만드는 마이크로LED TV를 출시한다. 대당 2억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LG전자는 최근 눈 건강에 해로운 청색광을 최대 60%까지 줄인 '세이프블루 LED 트로퍼'와 스마트폰의 전용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제어하는 조명용 솔루션 'LG 센서 커넥트'를 출시하면서 병원·학교·사무용 시장 공략에 나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LED가 조명을 넘어 바이오, 헬스케어, 디스플레이, 농업에까지 연계 발전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국내 산업계에서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떠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조명시장에서 2013년 6%에 불과했던 LED 비중이 지난해 35%를 거쳐 2019년 53%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광산업진흥회는 2019년 국내 LED 시장 규모만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북미 LED 조명시장의 경우 이미 10조원 수준에 달한 것으로 평가한다. 조명 분야 외에 글로벌 자외선 LED 시장은 2016년 1억5200달러(약 1640억원)에서 2021년 11억1800만달러(1조2000억원)로 7배 이상 팽창할 전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업체가 출혈경쟁을 불사하는 레드오션이지만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