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청업체 요구에 20번 작업 멈춘 SK인천석유

[르포]하청업체 요구에 20번 작업 멈춘 SK인천석유

인천=우경희 기자
2019.04.11 14:00

'작업중지권' 주고 미세 우려에도 '스톱'…50년 역사 넘어 상생·협력으로 새 50년 향해

벚꽃이 만개한 SK인천석유화학 현장/사진=SK인천석유화학
벚꽃이 만개한 SK인천석유화학 현장/사진=SK인천석유화학

반가운 단비는 인천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0일 찾은 SK인천석유화학 현장에는 촉촉한 봄비가 내렸다. 하지만 빗속에도 삼삼오오 무리지은 인천 주민들이 속속 정유소 정문으로 들어섰다. 단란한 가족들, 카메라를 든 연인들이 섞여 발걸음을 SK인천석유화학 본부건물 뒷편 동산으로 옮겼다. 수십년째 매년 진행해 온 벚꽃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SK인천석유화학은 올해로 50년을 맞은 기업이다. 국내 세 번째 정유사로 1969년 출범해 한화그룹(경인에너지), 현대그룹(현대오일뱅크)을 거친 후 부도와 법정관리의 아픔을 겪었다. 2006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고부가가치 설비 투자를 통해 연 130만톤의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는 인천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격동의 50년 역사를 관통하는건 '상생'이었다. 수십년 가꿔온 아름드리 벚꽃동산에는 매년 봄 무려 5만명의 지역주민이 현장을 찾아 꽃놀이를 즐긴다. 공장 주변이 아파트단지로 계속해서 개발되며 도시의 섬 처럼 존재하는 입지 특성 상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에도 적극 나섰다. 공장과 외부를 나누는 초대형 옹벽은 소음과 혹시 모를 위험에서 지역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키워드는 '협력'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0번 작업을 중단했다. 협력사 구성원들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이배현 SK인천석유화학 경영혁신실장은 "작업 환경이 위험하거나 안전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근로자의 판단 아래 즉각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협력사 구성원에 부여했다"며 "업계 최초의 조치"라고 말했다.

전기열선 작업에 투입된 협력사 세이콘 직원 박종만씨가 작업현장 발판이 부실하다며 작업중지를 요청했다. 공사 현장 전반을 점검한 후 공사가 재개됐다. 안전발판이 없는 곳에서 가스검지기를 점검하던 협력사 직원이 작업을 중단시킨 후 지상 작업으로 변경한 사례도 있다. 여름철 탱크 내부 용접 작업을 하다가 비정상적으로 탱크 내 기온이 올라가자 여지 없이 작업중지권이 발동됐다. 탱크 전체를 가리는 초대형 차양막을 설치한 이후에야 작업이 재개됐다.

SK인천석유화학 직원들이 무재해 상황판을 점검하고 있다./사진=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직원들이 무재해 상황판을 점검하고 있다./사진=SK인천석유화학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 상 명시된 권리지만 사실상 법 상에만 존재해 왔다. 태안화력 사망사고 등을 계기로 이 제도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결국 어떻게 이행하느냐가 관건이다. SK인천석유화학의 작업중지권 모범사례는 원청과 하청 간 이해가 전제가 됐다. 작업중지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도 원청이 부담한다. 신인철 SK인천석유화학 설비관리담당 부장은 "이로 인해 회사가 입는 금전적 손실은 제도가 가진 사회적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협력사 무재해 포상제도도 SK인천석유화학만의 자랑이다. 100일 단위로 무재해 포상금 및 선물이 쌓인다.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 3월에는 100일이 채 안됐지만 60일 달성을 기념해 협력사 직원 570여명에게 선물을 전했다. 선물을 장만하는데 1700만원이 들었다.

협력사인 국제산공 김진욱 소장은 "협력사 구성원 안전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에서 SK인천석유화학의 진심이 느껴진다"며 "나의 안전과 건강을 지킨 결과가 또 다른 선물이 돼 돌아오는 만큼 동료들도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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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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