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SK가 만든 'LNG 생명선' 움직인다

[르포]SK가 만든 'LNG 생명선' 움직인다

울산=안정준 기자
2019.04.17 15:41

SK E&S, 韓 민간기업 최초 LNG 수송선 확보...美 셰일혁명 지렛대로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일조

SK E&S의 LNG선이 시운전중인 모습/사진제공=SK E&S
SK E&S의 LNG선이 시운전중인 모습/사진제공=SK E&S

17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7층 높이 선박 상부에 SK로고가 선명했다. 3년의 건조 과정을 마친 이 배는 SK가 구축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수송·소비 생태계의 한 축이 된다. 미국에서 일어난 '셰일 혁명'을 국가 에너지 안보로 연결할 한국 민간기업 1호선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다.

1호선은 2호선 '프리즘 브릴리언스(PrismBrilliance)'와 함께 다음 달 명명식을 한 후 출항한다. 1년간 글로벌 LNG 수송 임무를 맡은 후 내년 상반기부터 미국 멕시코 만에 위치한 프리포트 LNG 액화터미널을 통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한국으로 운송하게 된다.

두 선박에는 현대중공업의 최신 LNG선 기술이 적용됐다. 선체에 직접 단열 자재를 설치해 저장 탱크를 만들어 같은 크기의 선박보다 더 많은 LNG를 운송할 수 있다. 이른바 '멤브레인' 기술이다. LNG 기화율(손실율)도 하루 당 0.085%로 최소화했다. 기존 선박의 0.12%보다 우수하다. 중동에 비해 운송 거리가 먼 미국으로부터의 LNG 운송 효율성을 그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

두 선박 건조로 SK는 LNG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LNG 밸류체인은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운송해 최종 소비단계까지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가스를 개발·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단계에서 가스를 액화해 운송, 기화하는 미드스트림(Midstream) 단계, 발전소 등 최종 사용처에 공급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단계로 구성된다.

SK의 에너지 계열사 SK E&S는 오래전부터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했다. 업스트림 분야에서는 2005년 인도네시아 탕구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 체결과 2012년 호주 깔디타-바로사 가스전 투자, 2014년 미국 우드포드 가스전 사업투자를 단행했다. 2006년 가동을 시작한 광양 천연가스발전소를 비롯, 파주 천연가스발전소, 하남 열병합발전소, 위례 열병합발전소까지 전국에 운영 중인 4개 발전소는 다운스트림의 핵심이다.

GS에너지와 공동 투자한 보령 LNG터미널이 2017년 가동하면서 면모를 갖춘 미드스트림 분야는 SK E&S가 한국 민간기업 최초로 LNG를 직수입할 운반선 확보를 통해 마지막 단추를 채웠다.

LNG 밸류체인 완성의 시간표는 미국이 '셰일 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 오일·가스 생산국으로 발돋움한 시점에 맞춰졌다. 미국을 지렛대로 액화된 천연가스를 국내 LNG터미널로 운반해 저장해두었다가, 재기화해 직접 수요처에 공급할 수 있는 모든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확보한 글로벌 에너지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박형일 SK E&S LNG사업부문장은 "한국이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LNG 475만톤을 수입해 셰일혁명으로 가스와 오일이 터져 나오는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고 말했다.

SK가 구축한 LNG 밸류체인은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현재 LNG 주요 수입선인 중동, 동남아 국가들은, 정치·지정학적 리스크가 높다. 중동 정정불안이 터질때 마다 에너지 수급을 걱정해야 한다.

판매 국가와 체결한 약관상 배를 다른 국가로 돌려 LNG를 판매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미국산 LNG는 이 같은 약관이 없는데다 유가에 연동되지 않아 고유가에도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

LNG 밸류체인은 조선업계 불황 탈출에도 일조했다. SK E&S가 LNG선을 발주한 2016년은 신규 발주가 전 세계에서 7척에 그칠 정도로 '수주절벽'이었다. SK E&S의 1호선과 2호선은 조선업계에 배 한척이 아까운 시기에 단비같은 일감이었다.

박 부문장은 "LNG선 건조를 통해 SK E&S는 독자적으로 LNG를 운송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며 "글로벌 LNG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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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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