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 EUV 구매부터 신경전…"미세공정 개발 두고 경쟁 가열"

삼성전자(173,500원 ▼14,700 -7.81%)와 대만 TSMC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이 차세대 미세공정 장비 확보전으로 옮겨붙었다. 양사의 기술 경쟁이 기술 개발이나 완제품 양산 단계에 앞서 장비 구매 시점부터 치열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7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m)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10여 대 구매했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도 올 들어 EUV 장비를 10대 이상 구매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최신 장비를 두고 양사가 조 단위 투자 경쟁에 나선 셈이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의 재료인 원형 실리콘웨이퍼에 극자외선 광원을 쏴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장비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보다 광원 파장이 14분의 1에 불과해 더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7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에 적합하다.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해 제작에만 수개월이 걸린다. 장비 1대를 운송하는 데 보잉 747 비행기 3대를 동원해야 할 만큼 많은 장치가 들어간다. 연간 생산량도 30~40대에 불과하다. 시장 3, 4위 업체인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가 최근 7나노 이하 투자를 중단한 게 바로 EUV 장비 투자 부담 때문이다.
TSMC는 7나노 공정까지는 기존 불화아르곤 광원을 이용하다 5나노 공정 개발부터 EUV 장비를 도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부터 EUV를 쓰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은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반도체 칩을 얇고 작게 만들수록 발열이 적고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칩의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웨이퍼당 생산량이 증가하고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5나노 공정은 7나노 공정보다 면적은 25% 줄이면서 전력 효율은 20%, 성능은 10% 높인다.
업계에서는 7나노 수주 경쟁에서 앞선 TSMC가 당분간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겠지만 EUV 장비로 7나노 제품을 먼저 생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기술 우위가 확인될 경우 앞으로의 순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비용을 아끼지 않고 EUV 노하우 선점에 발 벗고 나선 배경이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5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업체다. 애플, 엔비디아, 화웨이 등이 의뢰한 각종 시스템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며 한 해 40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5% 수준이던 시장점유율을 올 1분기 19%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TSMC와의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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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들여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려면 설계전문(팹리스) 외에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TSMC를 극복해야 한다"며 "미세공정 개발과 영업 등에서 TSMC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