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로 향한 긴 여정…햇빛과 바람따라 '그린로드'로

탄소제로 향한 긴 여정…햇빛과 바람따라 '그린로드'로

특별취재팀=장시복 기자, 우경희 기자, 이건희 기자
2020.01.01 04:20

['Green수소'가 그린 청정미래]수소사회 달성 필수 과제…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 강국들 시장 선점 각축전

[편집자주]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가 보급 확산으로 우리 일상 속에 차츰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어떤 수소'를 공급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수소 사회로 나아가려면, 수소가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100% 무결점(이산화탄소 제로)이어야 한다는 담론이다. 머니투데이는 유럽의 네덜란드·아이슬란드와 호주·일본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선진 그린수소 현장을 취재했다. 국가 별로 저마다 주어진 환경 조건은 다르다. 그러나 그린 수소가 누구도 밟지 않은 새로운 길인 만큼, 기회는 충분히 열려있다. 신년 기획 보도를 통해 우리의 방향성과 국제협력 방법론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네덜란드 하이스톡 관계자들이 태양광 그린수소 현장에서 머니투데이 기자(맨오른쪽),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이주원 선임상무관(맨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네덜란드 하이스톡 관계자들이 태양광 그린수소 현장에서 머니투데이 기자(맨오른쪽),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이주원 선임상무관(맨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재생 에너지 연계 수전해(그린수소) 상용화는 진정한 수소 경제로의 이정표다." (대한민국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호주는 풍부한 풍력·태양광으로 그린 수소를 만들어 2030년까지 한국 등 아시아 수소 시장에서 3대 수출국이 될 것이다." (알란 핀켈 호주 국가 수석과학자)

"치즈가 과(過) 생산된 우유로 만들어졌지만 우유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이 됐다. 마찬가지로 과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작업이 성공하면 수소와 신재생 에너지 가치도 더 높아질 것이다." (헤랄드 반 페이케렌 네덜란드 가스유니 디렉터)

수소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국가적 어젠다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그레이(Grey) 수소'에서 '그린(Green) 수소'로의 패러다임 전환 이슈가 한창이다. 에너지 생산 초기부터 소비까지(well to wheel) 수소 생태계 전 단계를 청정하게 조성하자는 담론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지난 11~12월 취재한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호주,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는 그린 수소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었다. 이들뿐 아니라 미국·독일 등 수소 선진국도 신시장·기술 선점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탈(脫) 탄소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도 하지만, 산업 빅뱅 속에서 지속가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실용적 포석도 깔려있다. 이제 그린 수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사진=장시복
네덜란드 로테르담/사진=장시복

수소전기차에 주입되는 수소는 울산·여수·대산 등 석유화학단지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또 발전용 연료전지에는 추출 수소가 쓰인다.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를 합친 국내 수소 연 공급량은 18만톤이다. 특히 공정 가동률과 연계되는 부생수소의 여유 생산능력은 연간 약 5만 톤으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정부가 2040년 수소 경제를 위해 526만톤의 수소 공급을 목표로 하는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치다. 2040년이 되면 수소전기차 290만대(수출 포함 620만대)가 돌아다니고, 발전용 연료전지에 8GW(해외 포함 15GW),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에 2.1GW의 수소 수요가 발생한다.

이를 통해 연간 43조원의 부가가치와 42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규모의 경제로 현재 1kg당 8000원인 수소 가격을 2040년에 3000원까지 낮추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부생수소는 수소 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친환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때문에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하고 수소를 추출해내는 이른바 '블루(Blue) 수소'가 현실적, 과도기적 대체재로 제시된다.

그러나 수소 사회 본질에 충실하려면 태양·물·지열·바람 등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활용한(수전해·P2G) 그린 수소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수슬러지·생활폐기물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수소, 그리고 광촉매·열분해로 만들어진 수소도 수전해 방식과 함께 그린 수소의 한 축을 형성한다.

국내 재생에너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은 해외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들여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지열 발전소 / 사진=장시복
아이슬란드 지열 발전소 / 사진=장시복

EU(유럽연합)의 경우 지역별 환경 특성·강점에 맞는 그린 수소 실증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풍력·태양광 단지나, 아이슬란드의 지열 발전소가 대표적인데, 수전해 기술·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설비 장치도 EU 내 다양한 국가의 제품을 고르게 설치하며 '실전 경쟁력'을 높인다. 전해조(전기 분해를 위해 전극과 전해액을 넣은 장치)는 이탈리아산, 건조기는 영국산 장비를 쓰는 식이다.

빅토리아주(멜버른) CSIRO 내 수소 생산 및 저장 실증설비 /사진=우경희 기자
빅토리아주(멜버른) CSIRO 내 수소 생산 및 저장 실증설비 /사진=우경희 기자

'자원 부국' 호주는 일본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갈탄 수소 수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각 지방 정부 특성에 맞는 그린 수소 개발이 한창이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는 강한 남극 바람과 사계절 풍부한 태양광에서 전력을 얻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만든다. 동북부 퀸즐랜드주에서는 바이오가스 등을 활용한다.

우리와 에너지 여건이 다를 바 없는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호주에서 저탄소 및 그린 수소를 들여와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그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릴 꿈에 부풀어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가와사키중공업은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호주에서 일본으로 옮기는 시험용 액화수소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띄웠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 기간 중 경기장을 순환하는 수소전기버스 충전을 효율적으로 할 액화수소충전소가 2017년부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선수들이 머무를 '올림픽 선수촌'에 가정용 연료전지인 '에네팜'(ENE·FARM)을 기본 탑재한다.

우리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발전량 기준 한자릿수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서도 하위권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준비하면 '수소 산유국'으로의 길은 늦지 않았다. '화석 연료 시대' 에너지 빈국이었던 나라들에 수소는 공평하게 열려있는 기회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은 "하나의 에너지원을 연구하고 생산·보급하는데 적어도 20~30년이 소요된다"며 "우리도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에 집중하는 한편, 호주 등과 협조해 그린 수소를 수입하는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까지 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을 확보하려는 정부 프로젝트도 그 첫 발걸음이다. 제주도에 위치한 한국중부발전 상명 풍력 발전소에선 풍력에너지 미활용전력을 그린 수소로 만드는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수소생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EU의 '그린 수소 인증제도'(CertifHy)를 벤치마킹한 제도를 도입해 시장을 만들고 인증된 그린 수소는 생산 가격 보상, 부가수익 재분배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퀸즐랜드주 소재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단지/사진제공=퀸즐랜드
퀸즐랜드주 소재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단지/사진제공=퀸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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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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