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반도체' 덮친 3각 파고, 대전환점 선 韓배터리

'포스트반도체' 덮친 3각 파고, 대전환점 선 韓배터리

안정준 기자
2020.04.15 16:32

[MT리포트-배터리 빅3가 살아남는 법]

[편집자주]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대전환점 위에 섰다. 초고속 성장의 문턱에서 또다시 코로나19 복병을 만났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저유가와 업체간 소송전으로 불확실성은 들끓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빅3가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지 점검해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의 '빅3'인LG화학(326,500원 ▲2,000 +0.62%)SK이노베이션(124,900원 ▼1,600 -1.26%),삼성SDI(410,500원 ▲18,000 +4.59%)도 각자도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관련업계의 선행지표격인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요동을 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올해부터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에 연초대비 113% 폭등했지만 코로나19와 저유가, 업체간 소송 리스크 등 3대 악재가 겹치며 한 달 만에 60% 이상 급락했다.

최근 2주 사이엔 수요 위축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기존 완성차업체와 비교해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는 테슬라의 강점이 부각되며 다시 주가가 56% 반등했다.

배터리 '빅3'도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 이 불확실성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전기차 시대는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어서다.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달콤한 열매는 이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따먹을 수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진입 시기를 재점검하며 '위기경영 모드'로 전환했다.

국내 빅3 중 배터리 사업에서 가장 먼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 곳은 LG화학이다. 지난 2월 초만 해도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재는 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LG화학은 조만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수정 전망을 다시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이 손익분기점 진입 목표였다. 역시나 흑자 원년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덮친 '3대 악재'

이는 불과 두 달 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시 업계는 올해부터 본격 도래할 전기차 시대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각 국가 별로 강화될 환경규제를 등에 업고 글로벌 전체 차량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종전 1%에서 6%로 오를 것이 유력시 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3년간 세계 각지에 조단위 설비투자를 한 것도 올해 이후를 더 없이 좋게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된 2월말부터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수요가 줄고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폭스바겐, FCA(피아트·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도미노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의 고객사들이 사실상 생산을 멈춘 것이다.

급기야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성장의 뒷배였던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환경규제를 늦추거나, 완화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실제 미국은 2026년으로 예정된 차량 연비 개선율 5%를 다시 1.5%로 낮췄다. 유럽 자동차업계 로비그룹도 유럽연합(EU)에 올해부터 자동차 1대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 넘지 못하도록 한 환경규제를 무기한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 급감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 'EV 볼륨즈'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2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저유가 충격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는 뼈 아프다.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순식간에 2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유류비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낮은 전기차의 장점이 가려져 상대적으로 판매에 불리하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 리스크의 '상수'가 돼버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도 악재로 꼽힌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 판결이 나왔는데, 양측이 극적 합의에 이르더라도 SK이노베이션은 막대한 소송비용과 배상금을 각오해야 한다.

'포스트반도체' 여전히 유효.."버티면 큰 시장 온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가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이끌 돌파구라는 점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차 수요로 볼 때 전기차 판매가 다소 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전기차 자체에 구조적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과 배터리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2017년 33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연 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엔 1600억달러(약 18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뛰어넘는 수치로 배터리가 '포스트 반도체'라는데 힘을 싣고 있다.

국내 빅3의 지난 2월 세계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 40%를 넘어선 것도 의미가 있다. 2000년 초반부터 쌓아올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여전히 시장 주도권은 한국에게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위기를 넘기면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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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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