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반세기 선구자 '최종현의 숲'에 새겨진 SK 넷제로 의지

ESG 반세기 선구자 '최종현의 숲'에 새겨진 SK 넷제로 의지

충주(충북)=김도현 기자
2022.06.16 06:00
충북 충주 인등산 SK수펙스센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중앙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 /사진=SK
충북 충주 인등산 SK수펙스센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중앙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 /사진=SK

"서울에 인구가 많아지고 도시는 확장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도시가 확장되면서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숲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설 거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게 아니다. 숲을 만들려는 거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그룹 고위 임원들에게 남긴 말이다. 최 선대회장의 조림사업을 두고 그룹 내부에서는 반발이 심했다고 전해진다.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최 선대회장이 조림사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일부 임원들이 '부천·부평·평촌 등에도 노는 땅이 많다'며 가까운데 나무를 심으라고 권하자 이같이 강조했던 것이다.

최 선대회장은 1960~1970년대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충남 천안 광덕산, 충북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 총 4500ha(약 1361만평)의 황무지를 사들이고 국내 최초의 기업형 조림사업에 착수했다.

도로 사정이 지금과 같지 않아 서울에서 차로 5~6시간 되는 거리의 이곳에 최 선대회장은 호두나무·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황무지나 다름없던 이곳들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의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남들보다 반세기 앞섰던 SK그룹 ESG경영의 출발점이었다.

SK그룹은 ESG 경영의 초석이 됐던 충주 인등산에 2030년까지 SK가 감축하기로 한 탄소량과 실천 계획 등을 디지털로 구현한 전시관을 개관했다고 16일 밝혔다. ESG 경영의 상징적인 공간에 탄소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넷제로(Net Zero) 경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전시관을 개관해 탄소중립 경영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5일 충주 인등산에 설치된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을 찾았다. 이달 초 개관한 이곳에는 SK그룹이 9개 분야에 걸쳐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계획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담겨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2050년)보다 앞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 210억톤의 1%인 2억톤을 줄여 넷제로 경영에 속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SK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으로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해 2030년까지 3730만톤의 탄소를 감축할 계획이다. 또, 저전력 반도체 등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1650만톤,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통해 750만톤, 도시유전 사업 등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를 통해 670만톤을 감축을 목표료 하고 있다.

/그래픽=SK
/그래픽=SK

SK의 포부가 담긴 전시관은 인등산과 자작나무 숲을 모티브로 내부가 꾸며졌다. 전시관 중앙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가 설치됐고, 나무 주변으로는 '9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넷제로 방법론이 담긴 키오스크를 배치했다. 모바일 도슨트로 키오스크의 특정 아이콘을 촬영하면 SK의 친환경 기술과 탄소절감 효과를 증강현실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관은 SK그룹이 조림사업을 발판삼아 ESG 경영을 확대·발전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 선대회장의 유훈을 이어받은 최태원 SK 회장의 의지가 밑거름이 됐다. 최 회장은 2012년 SK건설(현·SK에코플랜트) 산하에 있던 SK임업을 그룹 지주사 SK㈜ 산하로 편입시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해외에서도 조림사업을 시행하는 등 SK임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킨 장본인이다.

SK는 2012년 강원 고성군의 축구장 70배 크게 황폐지에 자작나무 등 25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조림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시작했다. CDM은 조림사업으로 복귀된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이다. SK는 2013년 UN 기후변화협약의 최종 인가를 받아 국내 최초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기업이 됐다.

SK는 인등산 등 국내 조림지 4곳(4500ha)과 전국의 공·사유림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산림협력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조림으로 감축한 탄소량을 측정해 탄소배출권으로 인증한 뒤 이를 거래해 기업과 공공에게는 탄소중립을 돕고, 산주(山主)에게는 수익원을 만들어 준다. SK는 현재 운영 중인 탄소중립 산림협력 사업 프로젝트로 향후 30년간 매년 4만3000톤의 탄소가 흡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는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구축, 환경보전과 부가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방침이다.

해외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레드플러스(REDD+)'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레드플러스란 개발도상국의 황폐화 된 산림을 조림사업으로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업이다. 또, 스리랑카에서 나무를 심는 식생복원사업 ARR(신규·재조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베트남·필리핀·우즈베키스탄·튀니지 등에서 조림사업과 숲 복원사업 등을 실시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K-Forest'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SK 관계자는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시각으로 나무와 인재를 키우는 일에 매진했던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오늘날 SK의 ESG 경영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됐다"면서 "숲을 소재로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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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도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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