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4회): 폐기물 재활용, 발 묶인 한국②

대기업이 참여한 초대형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성공시킨 뉴욕의 사례가 의미하는건 뭘까. 탄소중립 기술기업들은 '폐기물 재활용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뜻으로 본다. 물론 국내서도 폐기물 수집과 플라스틱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거와 처리 면에서 제대로 된 재활용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재생플라스틱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소재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쓰레기가 버려지는 양은 이미 선진국 중에서도 손꼽힌다. 작년 5월 KPMG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2019년 기준)은 44kg으로 일본(37kg)을 넘어 아시아 1위다. 글로벌 전체로 봐도 호주(59kg), 미국(53kg)에 이어 3위다.
순위가 조만간 바뀔 가능성도 높다. 한국폐기물협회가 가장 최근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폐기물 배출량은 2015년 1억5265만톤에서 매년 늘어 2020년 1억9546톤까지 늘어나며 2억톤을 목전에 뒀다.
늘어나는 쓰레기를 수거하는건 대부분 영세 소기업인 폐기물 재활용업체들이다. 협회는 국내 재활용업체 수를 2020년 기준 6535개로 집계하고 있다. 99%가 중소기업, 55%는 5인 미만 기업이다. 직원 1000명 이상 기업은 단 두 곳 뿐인데, 자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등록한 대기업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대부분을 중소기업들이 각기 상황에 따라 수집하고 있다는 거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잘 모으기만 하면 될 듯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쓰레기 재활용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어서다. 잘 모아다가 씻어서 재활용하는 수준으로는 넘쳐나는 쓰레기를 다 처리할수도, 재생 플라스틱을 통해 수출길을 열수도 없다. 대부분 대기업인 국내외 화학사들이 아예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는건 이 때문이다.
쓰레기를 모아다가 새제품에 못잖은 품질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쓰레기가 정확하고 깨끗하게, 특히 정량으로 공급돼야 한다. 쓰레기를 모아다가 쓰레기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제품으로 재활용하는데 그친다면 '시장'은 형성될 수 없다. '보조금 잔치'만 남을 뿐이다.
영세한 수집업체들이 제각각 움직이다보니 폐기물의 양이나 상태가 균일하지 못하다. 제때 소재를 들여와 제때 제품을 생산해 제때 납품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치명적인 문제다. 해외에선 이미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면서 폐기물 재활용 시장이 조만간 100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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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산업의 미래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2026년엔 수도권, 2030년엔 비수도권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대기업에서 대량의 폐기물을 안정되게 처리해주지 않으면 그 많은 쓰레기는 갈 곳을 잃는다. 2018년 일부 지역에서 재활용업체들이 비닐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며 발생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폐비닐대란이 이번엔 전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형 화학사들은 이미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투자를 시작했다. 재활용업체들과 접촉도 시도했다. 선진국처럼 경쟁력 있는 수거기술이나 1차 처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M&A(인수합병)나 기술투자를 타진했다. 그런데 외려 정책이 역주행할 조짐을 보인다. 대기업이 밥그릇 뺏기에 나섰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쓰레기수거 업계의 요구로 9월 중에 동반성장위원회가 폐기물 수거사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 재생플라스틱업계 관계자는 "쓰레기 직매립이 순차적으로 금지되면 지역별로 책임지고 쓰레기를 처리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이미 지자체별로 쓰레기 재활용업체들을 선별해 대형화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며 "그러려면 자본과 기술, 시장협력이 모두 필요한 상황인데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버리면 재활용업계는 혼자 구석기시대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건 실기다. SK와 LG, 한화 등 화학사들이 대부분 재생플라스틱 시장에 뛰어들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생분해플라스틱 등 앞서가는 영역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소재공급이 안되면 사업을 이어나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면 대기업들이 관련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아예 막혀버린다"며 "지금의 쓰레기 선별 구조로는 앞으로 늘어날 재생플라스틱 소재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생플라스틱이라는 초대형 시장을 초반에 선점할 기회는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