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규모의 경제'···재활용 쓰레기 전쟁에 사활 건 뉴욕시

'결국 규모의 경제'···재활용 쓰레기 전쟁에 사활 건 뉴욕시

뉴욕(미국)=김성은 기자
2022.08.30 05:25

[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4회): 폐기물 재활용, 발 묶인 한국 ③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브리짓 앤더슨 뉴욕시 위생국 재활용 지속가능성 담당 부국장/사진=김성은 기자
브리짓 앤더슨 뉴욕시 위생국 재활용 지속가능성 담당 부국장/사진=김성은 기자

약 10년 전 뉴욕시는 어떻게 이런 대형·첨단화된 재활용 쓰레기 재활용 시설을 설립했을까. 뉴욕시 쓰레기 수거, 재활용, 청소 등 작업을 담당하는 뉴욕시 위생국(DSNY)의 재활용 지속가능성(Recycling and Sustainability) 담당 브리짓 앤더슨 부국장을 만나 배경을 들어봤다.

'재활용 쓰레기=자원'···장기계약·대형화 등 인프라 구축 공들인 뉴욕시

지난 23일(현지시간) 선셋파크 MRF에서 만난 앤더슨 부국장은 "뉴욕시에서만 1년에 350만톤의 레지덴셜 쓰레기가 나온다"며 "이 중 재활용 쓰레기(종이, 메탈, 플라스틱, 음식물 포함)만 68만톤인데 우리는 그 가치를 되찾고 싶은 자원이 많았고 이를 감당할 시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재활용 정책은 시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의무화한 1989년부터 본격화했다. 이후 한 때 세계에서 가장 큰 매립지란 평가를 받았던 스태튼 아일랜드의 프레쉬 킬스 쓰레기 매립지가 2001년 폐쇄되면서 뉴욕시의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 정책은 한층 탄력받았다.

뉴욕시 밖 매립지를 찾으려면 과거 대비 매립 비용이 더 들었다. 매립을 줄이려면 단연 재활용률을 높여야 했다. 재활용 될 수 있는 자원이 땅에 묻히는 것도 경제적 손실이었다. 이같은 판단에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재임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시 주도로 재활용 쓰레기 수거 및 선별 인프라 구축을 강력 추진했다. 월가에서 훈련된 블룸버그 전 시장의 사업가적 기질이 발휘된 부분으로도 읽혔다. 선셋파크 MRF가 문을 연 것은 2013년이지만 이에 대한 구상은 2000년대 중반에 이미 시작됐다.

뉴욕시와 선별업체 간 맺었던 5년의 위탁기간을 20년(최장 40년까지 가능)으로 늘린 것은 예나 지금이나 획기적이었다. 장기 계약은 운영 업체로 하여금 자신감있는 투자를 유도했다. 선셋파크 MRF가 쓰는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한 것 역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뉴욕시의 결단이었다. 이같은 조건으로 경쟁 입찰을 진행해 SMR이 낙점돼 선셋파크 MRF를 운영하게 됐다.

앤더슨 부국장은 "재활용 시장 가격의 불규칙함을 견디기에 5년은 짧았다"며 "시장을 창출해 내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려면 시설의 대형화와 장기 계약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재활용 비용이 높았던 2001년, 시 차원에서 유리와 플라스틱 재활용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규모가 작은 재활용 업체들은 시장의 불규칙함을 견디기 어렵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선셋파크 MRF는 재활용 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그 수입을 뉴욕시와 나눈다. 뉴욕시도 매립하는 것 대비 더 적은 비용을 주고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선셋파크 MRF에 맡긴다. 윈윈이다.

뉴욕시 위생국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메탈·유리·플라스틱(MGP), 종이 등 쓰레기 전환률(Diversion rate·매립, 소각되지 않는 쓰레기 비중)은 2010년 15.7%에서 2021년 17.6%로 올라왔다. 드라마틱한 상승은 아니지만 앤더슨 부국장은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녀는 "수거되는 MGP 절대량이 늘고 있다"며 "전환율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과거 유리병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돼 무게가 줄어든 점, 가정 분리수거가 여전히 미흡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에서 하루에 수거되는 MGP 양은 2010년 744.9톤에서 2021년 1110.3톤으로 49.1% 늘었다. 앤더슨 부국장은 "선셋파크 MRF 같은 시설이 있었기에 더 많은 양, 많은 종류 플라스틱을 수거해 처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장 수요를 평가하는 데도 선셋파크 MRF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앤더슨 부국장은 "일단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 해당 시장을 찾으려 하는데 이처럼 대용량 선별 시설이 있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지 테스트 해볼 수 있고 이는 다른 시에도 중요 정보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시설이 대형화하면서 통계나 관리도 용이해졌음은 물론이다.

구상 초기부터 주민 참여···학생·정치인·공무원 등 한 해 8000명 찾는 명소 '탄생'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선셋파크MRF는 고와누스 운하 인근에 자리잡아 해상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용이하다. 풍력 발전용 터빈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사용 전력 일부를 충당중이다. 시민, 관광객들을 위한 교육센터에는 재활용에 관한 다양한 설명과 장비 모형들이 배치돼 이해를 돕는다./사진=김성은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선셋파크MRF는 고와누스 운하 인근에 자리잡아 해상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용이하다. 풍력 발전용 터빈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사용 전력 일부를 충당중이다. 시민, 관광객들을 위한 교육센터에는 재활용에 관한 다양한 설명과 장비 모형들이 배치돼 이해를 돕는다./사진=김성은 기자

혐오시설로도 볼 수 있는 대형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이 들어서는 데 대해 주민들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앤더슨 부국장은 "MRF 구상 수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 의견을 들어주고 참여시켰다"며 "지역 일자리 창출, 교육 센터 건립 등은 주민들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선셋파크 MRF 설립 초기 당시 85명이었던 직원수는 현재 115명으로 늘었다. 선셋파크 MRF는 재활용 사업은 매립 사업보다 톤당 10~20명의 인원을 더 창출한다고 추산한다.

MRF는 시설 자체만으로도 뉴욕시 기후대응을 위한 정책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예를 들면 위치다. 운하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육상 수단 뿐 아니라 바지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 이 위치 덕에 연 24만대 트럭의 운행분과 맞먹는 교통 체증, 탄소배출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온종일 기기가 운영되므로 전력도 많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재생에너지. 선셋파크 MRF는 지난 2014년 뉴욕시에 처음으로 상업용 풍력 발전용 터빈이 들어선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울러 태양광 발전도 함께 이용해 전력 사용량의 15~20% 수준을 재생에너지로 충당중이다.

재활용 교육센터는 이 시설을 매해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만들었다. 팬데믹 이전 전세계에서 해마다 8000명씩 발길이 이어졌는데 학생들 뿐 아니라 전세계 재활용 사업 관계자, 공무원, 정치인 등이 찾았다.

위생국은 뉴욕 시민들이 매일 1만2000톤의 쓰레기를 배출하며 이 중 2000톤이 MGP, 2000톤이 종이라고 분석했다. 2000톤의 MGP 중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은 절반인 1000톤이라 추정한다. 즉 시민 계도 등을 통해 나머지 1000톤이 제대로 재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위생국 목표다.

앤더슨 부국장은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교육도 필요하지만 지자체 차원의 인프라 구축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50%에 불과한 재활용 쓰레기 수집 비중을 7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이며 선셋파크 MRF와 같은 시설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은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