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횡재세·가격공개?..정부·국회는 실상 똑바로 봐라"

"정유, 횡재세·가격공개?..정부·국회는 실상 똑바로 봐라"

진상현 산업1부장, 우경희 기자, 최민경 기자
2023.01.11 05:15

[머투초대석]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①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중도의 거목.' 현시점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에 대해 이 이상 정확한 표현은 없다. 법조계에서 출발, 정계에 투신했다. 호남 출신이면서도 늘 중도를 지향하며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회의원으로 중도 대선주자로까지 언급됐다. 국회 부의장을 거쳐 우리 산업·경제의 가장 큰 축 중 하나인 석유산업의 대변자 역할을 맡았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울타리이며 조력자다.

본인은 정유업계 의견 청취와 문제 해결에 여념이 없지만 세간은 여전히 그를 국무총리 '0순위'로 본다. 그런 만큼 박 회장은 정치의 프레임보다는 경제의 프레임으로 현재를 해석하려 애쓴다. 오는 20일 취임 100일을 맞는 박 회장이 6일 대한석유협회장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났다. "유가동향과 트렌드를 공부하느라 바쁘다"며 "직원들과 토론하고 조금씩 성취를 이루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한석유협회장으로 취임하신지 100일이 됐다.

▶대한석유협회는 정유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가 공동 출연해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싱크탱크라고 봐야 한다. 직접 경제활동을 한다기보다는 경제활동을 원활히 하도록 돕는, 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해 논리와 전략을 개발하고 세계 흐름과 정보를 취득하고 회원사들과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그간 쌓아온 국정 전반 지식을 활용해서 협회가 성과를 도출하는데 조약돌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부족한 부분은 공부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어떤 역할을 보태야 정유4사가 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산업으로 도약하고 수출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공동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는 등 중량감이 크다. 회장 취임 과정은 어땠나.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데 미약한 힘을 보탰지만, 그 반대급부로 무슨 부귀영화를 얻겠다는 생각은 없다. 나라의 기본과 원칙이 훼손된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어야 새로운 나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석유협회장 자리가 어떤 결과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이 염려돼 사양했었다. 그런데 회원사 쪽에서 '회장의 역할을 해주신다면 기대가 된다'며 간곡히 요청을 해 오게 됐다. 석유관련 전문지식이 있다기보다는 업계에 기여하고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유업계 중요 현안이 많다. 협회 활동의 목표는.

▶기후변화 현황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으로 정유사들이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탄소중립 이슈는 정유업계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적용된다. 탄소 저감을 위해 인식의 전환과 많은 비용, 노력,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시설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정유업계의 실상을 간과하거나 왜곡된 시각을 갖고 포퓰리즘 적으로 접근해 안타깝다. 정유4사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정유4사 시설투자는 녹색금융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다. 국가기간산업이고 지난해 기준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았던게 바로 석유제품인데도 그렇다. 공급망 교란에 원유가가 등락하고 업계가 영향을 많이 받는데도 고환율과 인플레이션 방지, 코로나19 (COVID-19) 대책 등에서 정유업계가 배제돼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관심을 갖고 배려해줘야 한다.

-포퓰리즘을 말씀하셨는데, 횡재세 등 정치권의 접근 방식에 대한 우려가 많다.

▶횡재세를 언급하는건 말 그대로 오해이고 곡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유를 수입하다보니 글로벌 유가와 연동해 우리 석유제품 가격 시세가 결정된다. 그런데도 노력 없이 불로소득과 비슷한 이익을 본 것 처럼 횡재세를 얘기하고 있다. 초과이윤에 중과세를 한다면 앞으로 정유사가 손해를 봤을 때 보전해주는 시스템을 함께 갖춰야지. 손해엔 무관심하고 기대 이상 이익이 발생해 중과세한다는 건 자유시장 경제에 맞지 않고 기업의 창의적인 노력을 방해하는 일이다. 기업인의 노력에 찬사는 못 보낼망정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석유가격 공개 확대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

▶유류세 인하로 혜택을 보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가격 공개 확대' 대책은 법규 위반은 물론 시장경제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는건데, 영업비밀과 전략이 노출되면 정유사의 정상적 경제활동이 어렵다. 기업의 목적인 이익창출이 어려워지고 담합으로 오인받거나 석유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나 의지에도 맞지 않다. 재고돼야만 한다. 실상을 파악하지 않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듯하다.

작년에도 무려 472억달러(약 60조원)의 무역적자가 났다. 올해도 4.7% 가량 적자가 예상된다. 정유부문 적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은 친환경 제품 수출을 다각화하고 정부는 정유사들에게 직접 지원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소홀히하고 규제나 초과이익으로 세수를 늘리겠다니. 기업정책으로 보면 반시대적이고 퇴행적이다.

-정치권의 기업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대한민국 국가 존립의 두 가지 목적이 뭔가. 바로 안보와 경제다. 기업의 헌신적인 노력과 활동으로 우리가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 한국의 위상 자체가 많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기업 규제가 기업을 외국으로 탈출하는 부작용을 만들었다.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데 규제로 기업이 역량을 발휘 못한다. 정치권은 기업을 관심과 배려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규제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면 안 된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이 되는 과정은 묘목을 키워서 재목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하늘에선 비가 내려야 하고 땅에선 영양분이 공급돼야 한다. 때로는 약재도 뿌려줘야 한다. 그렇게 성장한 대기업은 더 큰 이익을 내고 국력을 키워준다. 그런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친기업과 공정, 상식을 내세운 정부다. 공정과 상식 차원에서 과도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가경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치나 행정 영역에서 어떤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시나.

▶정부는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정유산업이 장애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게 비용과 규제 완화를 지원해야 한다. 국회도 현상을 제대로 파악해서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 현장엔 노사갈등 등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있다. 범법과 부조리도 많다. 공정과 상식 차원에서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집중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만 내세울게 아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공정과 상식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감하게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법령, 제도, 규제, 관행 등을 시정,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인들도 이 위원회에 참여시키면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잘 내세울 수 있지 않겠나.

-정치권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상황이 돼야 가능한 얘기다.

▶국회는 야당이 장악하고 행정부는 야당과 협치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 안타깝다. 노력을 해야 한다. 나폴레옹의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격언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노력하다보면 100% 성취는 아니더라도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를 구성해줬다. 대통령에겐 행정부 구성 권한을 줬다. 최종 권한은 국민에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국민의 위임을 받은 정부는 국민을 위하고 국익을 위한 성찰과 노력이 어느 때 보다 더 필요한 때다. 국민이 국회와 행정부에 의사를 전달하고 심판도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좀 더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는 호남출신이지만 현실정치에선 지역에 매몰되는 정치를 한 적이 없다. 여야관계를 넘나들며 설득하고 중재해 왔다. 이념은 수단이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대한석유협회장도 매우 중요한 자리인데 언론에서 과분한 평가를 해주고 또 과분한 역할을 거론해 준다. 기대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 우선 대한석유 협회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 번영과 발전을 위해 밀알의 역할도 하겠다는 자세와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담=진상현 머니투데이 부국장(산업1부장), 정리=우경희·최민경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최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