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위기의 석유화학…구조조정 '골든타임' 잡으려면

'적자 늪' 위기의 석유화학…구조조정 '골든타임' 잡으려면

김도균 기자
2025.08.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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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각 기업들은 원가절감, 포트폴리오 전환 등의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근본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더해 미국의 관세 정책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시급한 구조조정을 위해 개별기업뿐 아니라 업계와 정부 차원의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의 범용 제품 공세를 피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왔다.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이 앞선 전자재료, 친환경 플라스틱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자동차·가전 등 전방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도 제한적인 모습이다.

녹록지 않은 글로벌 대외 여건도 석유화학 업계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수출 시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이 심화된 상황에서 관세 부담은 수익성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LG화학(260,750원 ▼14,750 -5.35%)은 최근 생명과학본부 산하 에스테틱 사업부를 매각했고, 롯데케미칼(53,900원 ▼3,000 -5.27%)은 수처리 사업을 정리했다. 재무구조 악화에 직면한 여천NCC는 여수 제3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여천NCC는 특히 이달 말까지 31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 처방일 뿐"이라고 했다.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사진제공=HD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사진제공=HD현대오일뱅크

업황 반등의 핵심으로 꼽는 건 NCC(나프타 분해 설비) 구조조정이다. NCC는 석유화학 범용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중국발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간 통합 운영이 거론되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면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 합계가 해당 분야 1위가 되는 등의 경우엔 기업결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NCC 통합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도 이같은 제도적 장벽이 꼽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8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NCC 통합 관련 논의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면서도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자가 아직 인선 중이라 타임라인(기한)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글로벌 침체와 공급 과잉이 맞물린 상황에서는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면서 "전기료 감면이나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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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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