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제너럴모터스)의 한국 사업을 둘러싸고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회사는 부인하고 있지만 징조로 읽히는 움직임은 분명 있다. 지난 5월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시설과 토지 매각 논의를 시작했다. 최근엔 미국 본사에 이어 두번째로 큰 연구·개발 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의 전기차 프로젝트 내 한국팀 역할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이던 소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무엇보다 한국 시장 판매에 관심이 없다. 지난해 GM한국사업장의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35.9% 준 2만5000대 수준에 그쳤고 올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약 40% 급감했다. 신차 출시가 드물다 보니 반등은 쉽지 않다. GM은 이익이 없으면 과감히 접는 방식을 보여왔다. 호주·태국·인도·유럽에서도 사업 철수를 결정한 비슷한 전례가 있다. 판매부진이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닌 셈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기도 했다. 2019년 군산공장 매각, 2022년 부평 2공장 폐쇄에 이어 남은 공장은 미국 수출 전진기지 역할로 축소된 상태다. GM에게 이제 한국에서의 사업이 그 정도의 효용성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미국이 한국산 차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공장은 수출기지로서의 역할조차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통과로 노사 갈등 리스크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GM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이해타산을 따져 의사결정을 한다. 이익이 없으면 사업을 계속할 동력이 없다. GM이 2018년 10년간 한국 공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81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을 땐 잔류가 이득이라 판단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여건이라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GM이 떠날 명분은 차고 넘친다.
걱정되는 건 산업 생태계의 붕괴다. GM이 철수하면 협력업체 포함해 약 20만명에 달하는 노동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지역 경제가 흔들린다. 그렇다고 GM만 탓할 순 없다. GM이 성실히 사업을 이어가도록 유인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법과 제도가 기업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한다고 판단되면 GM은 언제든 떠날 것이다. 기업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