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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철강 수입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대폭 줄이고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을 50%로 상향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철강산업 고도화 대책엔 감산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품목별 대응 방향으로는 국내 철강 설비 조정 및 감산 방안까지 포함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석유화학 사업 재편안과 달리 철강산업의 경우 감산 방침이 포함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감산조치를 취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부터 포항2공장이 휴업에 들어갔고, 1공장 중기사업부와 현대IFC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하고 같은 해 11월 1선재공장 문을 닫았다. 앞서 정부 역시 10~20% 철강 생산을 축소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철강 수출 감소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EU까지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산업 전반의 구조 재편 필요성이 불거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 글로벌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를 지난해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 수입분에 대한 관세율은 25%에서 50%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철강 수출액은 약 48억8000만달러로, 미국(43억4700만달러)을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한국에 배정된 쿼터와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무관세로 상당량을 수출해왔다"며 "이번 규정안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수출은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도 지난 6월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 여파로 올해 1~8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26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우려감을 더한다. CBAM은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탄소 다배출 품목에 대해 EU 역내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공급과잉이 심각하거나 수입산 규제로도 수급 개선 가능성이 낮은 일부 품목에 대해 정부의 직접적인 설비 감축 개입이 있을 수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설비 통폐합, 생산량 조정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석화 산업처럼 정부가 감산 목표를 직접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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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지원을 위한 'K스틸법'은 여야 갈등 속에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업계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법안엔 원산지 규정 강화, 저가 또는 저품질 철강 수입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통과될 경우 중국산 중후판 수입이 연간 약 140만톤에서 80만톤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가 줄곧 요구해온 전기요금 지원 방안이 이번 고도화 대책에 포함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EU 관세 규제는 향후 정부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