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처럼 실탄 100조 확보" "미국 상장"…SK하이닉스 '글로벌' 조준

"삼성처럼 실탄 100조 확보" "미국 상장"…SK하이닉스 '글로벌' 조준

김남이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3.25 15:46

곽노정 사장 "충분한 현금은 미래 성장 위한 전략적 자산"..미국 SEC에 ADR 공모 등록신청서 제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사진=뉴시스 /사진=홍효식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사진=뉴시스 /사진=홍효식

SK하이닉스가 '순현금 100조원' 확보에 나선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대를 맞아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와 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도 연내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사장)는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을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재무경쟁력을 바탕으로 시황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전략적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말 기준 SK하이닉스(995,000원 ▲9,000 +0.91%)가 쌓아둔 순현금 규모는 12조7000억원 수준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189,000원 ▼700 -0.37%)는 100조61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순현금 추이/그래픽=김다나
SK하이닉스 순현금 추이/그래픽=김다나

곽 사장은 "최근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지만 AI 기술을 주도하고,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며 "메모리 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 기회를 잡았고, 글로벌 고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강화된 재무건전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순현금 확대는 단순한 재무 개선을 넘어 AI 시대의 투자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실탄 확보'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주력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차세대 D램 등의 개발과 양산, 첨단 패키징 공정 구축 등에는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또 과거에는 업황에 따라 투자 규모를 조절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AI 확산으로 인한 수요 구조 변화로 안정적 투자가 더 중요해졌다.

갈수록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경기) 반도체 클러스터(복합단지) 1기 팹(공장)에 2030년까지 총 31조원을 투자하고, 충북 청주 패키징 공장 'P&T7'에는 19조원을 투입한다. 미국 인디애나주에도 38억7000만달러(약 5조7900억원)를 투자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 24일에는 12조원 규모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 계획도 공시했다.

곽 사장은 "메모리 생산을 위해 필요한 클린룸의 면적과 단위당 신규 투자 비용은 과거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설비 투자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수준의 현금은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자산인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훌륭한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ADR 상장 연내 추진..최태원 "더 글로벌한 회사될 것"
SK하이닉스-마이크론, 매출 및 시총·추정 PER 비교/그래픽=윤선정
SK하이닉스-마이크론, 매출 및 시총·추정 PER 비교/그래픽=윤선정

SK하이닉스는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한다. 이미 지난 24일 미국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 연내 상장이 목표다.

이번 ADR 상장으로 자금 조달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 접근성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 효과가 기대된다. ADR은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든 증서로 국내에 보관된 주식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거래된다. 보유 중인 자사주를 활용하거나 신규 발행을 통한 상장하는 방식 등이 있다.

다만 신주 발행 규모에는 제약이 있다. 공정거래법상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605,000원 ▲10,000 +1.68%)는 SK하이닉스 지분을 2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지난해말 기준 지분은 20.07%에 불과하다.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지분이 희석되면 SK스퀘어가 추가 지분 확보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에 신규 상장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의 2~2.5%로 거론된다. 현재 시가 총액 기준 14조~17조5000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임직원 보상 목적 일부를 제외한 보유 자사주 2.1%를 전량 소각해 추가 신주 발행 여력을 확보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규 발행 규모는 약 2.5%, 180만주 이내로 예상된다"며 "ADR 기준가는 국내 주가에 환율과 교환 비율을 반영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R 상장은 해외 투자자 유입에도 긍정적이다. 최근 AI 반도체 투자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앞서 지난 16일 엔비디아 주최로 미국에서 열린 'GTC 2026'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DR 상장으로) 한국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게도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미국 마이크론보다 약 47% 많았지만 증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마이크론 7.8배, SK하이닉스 5.9배로 SK하이닉스가 더 낮다.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가 703조원, 마이크론이 665조원 규모다. 곽 사장은 "발행규모와 방식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ADR 상장은) 세계 최대 주식 시장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상장된 미국 시장에서 우리 회사의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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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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