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는 탈석탄, 새 먹거리 찾아라...한국에 쏠린 국제 시선

서두르는 탈석탄, 새 먹거리 찾아라...한국에 쏠린 국제 시선

세종=김사무엘 기자, 권다희 기자
2025.12.04 09:00

[MT리포트]탈석탄, 선언에서 이행으로(下)

[편집자주] 한국 정부가 지난달 '탈석탄' 의지를 공표하며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대한 지원과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 기반을 만들기 위한 로드맵 구축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탈석탄 선언의 의미와 실질적 이행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사업 늘리고 AI 도입…석탄발전사 미래 먹거리 발굴 총력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25.01.09. amin2@newsis.com /사진=뉴시스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25.01.09.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지 정책이 추진되면서 그동안 석탄에 의존해 온 화력발전 공기업들도 재생·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기술 개발과 해외사업 확대 등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5개 화력발전 자회사(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들은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해야 한다.

탄소중립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에 따라 이전부터 탈석탄을 준비해 왔지만 새 정부 들어 전환 속도가 더 빨라졌다. 특히 최근 확정된 2035년 NDC에 의해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018년 대비 68.8~75.3%로 정해지면서 발전사들의 탈석탄 움직임은 더 분주해졌다.

발전사들은 공통적으로 재생·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해외사업과 혁신기술 개발 등으로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동발전의 경우 최근 중장기 비전인 '2040 미래로'를 발표하고 무탄소 전원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총설비용량 24GW(기가와트)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해상풍력, 청정수소 혼전소 설비 구축 등으로 전체 발전설비의 7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남부발전은 '2035 중장기 경영전략'을 통해 △무탄소 발전량 20TWh(테라와트시) △에너지 전환용량 3000MW(메가와트) △주민상생형 재생에너지 확대 △청정수소발전 생태계 선도 등의 목표를 내세웠다.

중부발전은 2035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대규모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가상발전소(VPP) 전력중개사업, 장주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신사업 모델도 추진한다.

서부발전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0%를 목표로 하는 'RE4040'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풍력과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충남 태안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동서발전 역시 중장기 경영전략을 통해 2040년까지 무탄소·저탄소 발전량을 17TWh까지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4%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석탄발전은 수소·암모니아로 전환하고 BESS 등 신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발전사들은 중동, 동남아,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신재생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부발전은 최근 오만 이브리 3 태양광 사업을 수주했고 동서발전은 올해 말 괌 우쿠두 복합발전소를 준공할 예정이다. 서부발전은 오만·아랍에미리트(UAE) 태양광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북아프리카 등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AI 등 혁신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남동발전은 발전분야 AI 전환을 위한 상용 플렛폼으로 '남동아이'를 최근 공개했다. 전표 자동화, 감사업무 지원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남부발전은 AX(인공지능 전환) 생태계 구축을 주요 경영목표로 내세웠다.

각 발전사들의 미래 전략과는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 발전 공기업들을 통폐합하고 재생에너지 공기업을 신규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 경우 유사 사업 정리와 사업 효율화 등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글로벌 무탄소 전력 요구↑…탈석탄, 韓 투자매력 높여"

줄리아 스코룹스카 탈석탄동맹(PPCA) 사무국장/사진제공 =PPCA
줄리아 스코룹스카 탈석탄동맹(PPCA) 사무국장/사진제공 =PPCA

줄리아 스코룹스카 탈석탄동맹(PPCA) 사무국장은 한국의 PPCA 가입이 석탄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에너지전환을 촉진하는 "확실한 리더십"이라 평가했다. 또 한국 같은 수출 중심 경제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국제사회에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한국 정부가 PPCA 가입을 공표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직후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서면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회원국으로 PPCA에 가입했다. 전세계적 관점에서 한국의 결정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의 PPCA 가입은 국경을 넘어 광범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석탄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여전히 전력의 약 30%를 석탄으로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PPCA 가입을 선언한 건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며 그 혜택이 크다는 강력한 신호를 전세계에 보낸 것이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여러 국가들이 한국의 결정을 보고 자국의 전환을 시작하도록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은 고도로 산업화되고 수출 중심적이며 여전히 석탄 의존도가 높은 경제다.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나?

▶석탄의 '마지막 장(章)'은 아태 지역에서 쓰여질 것이다. 이 지역은 전력 시스템에서 석탄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 전환 과정에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중 하나다. PPCA는 전환을 가속화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 및 전력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 플랫폼을 통해 아태 지역의 국가들이 청정하고 현대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PPCA 참여는 모두 자발적이지만 우리는 한국 정부가 보유한 경험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략 수립과 대외 협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 PPCA에 가입하는 국가들에게 요구되는 핵심 요건은 무엇인가?

▶PPCA에 가입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새로운 비감축(탄소 포집·활용·저장 같은 감축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상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개도국의 비감축 석탄에 대한 해외 금융 지원 중단, 기존 비감축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약속한다. PPCA 선언문에도 명시되어 있듯, 이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고 청정 성장을 가속하는 데 있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들이다.

PPCA 시기별 주요 내용/그래픽=이지혜
PPCA 시기별 주요 내용/그래픽=이지혜

-한국 정부는 2040년 전후까지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한국 새 정부는 올해 석탄발전 퇴출 일정을 10년 앞당겼다. 이는 확실한 리더십의 신호다. 향후 태양광·풍력과 배터리 기술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한국은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석탄 폐지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첫걸음'을 명확히 내딛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강력한 국가적 약속을 설정했다. PPCA 회원국들의 경험을 보면 일단 명확한 목표를 세우면 실제 폐지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약속은 필요한 투자를 끌어오고,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올바른 신호를 보내 신속하고 공정하며 안전한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영국은 석탄 폐지 약속을 한 이후 약 10년이 채 되지 않아 완전 폐지에 성공했다.

- 앞으로 탈석탄 지원 정책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PPCA는 한국 정부의 석탄 전환 공약이 구체적 계획과 실효적인 정책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각국은 자국 상황에 맞춰 필요한 정책 조합을 선택한다. 여기에는 전력부문 및 정의로운 전환 계획, 오염물질 기준 강화, 탄소 가격제, 석탄 보조금 폐지, 공기업·유틸리티 성과 개선, 청정에너지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전력시장 설계, 석탄 조기 폐쇄를 위한 재정 인센티브 등이 포함된다. PPCA의 180여 개 회원(국가·지방정부·기업)은 이러한 정책 도구를 실제로 실행해온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의 집합체다.

-한국의 석탄발전소는 지역경제에 밀집돼 있어 지역사회가 석탄 가치사슬에 깊이 연결돼 있다. PPCA가 말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교훈은?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적절한 계획과 정의로운 전환 투자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경제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지난 25년 동안 석탄발전 비중이 35%에서 거의 0에 가까워졌는데, 정부·전력회사·노조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부분의 일자리를 새로운 고용 기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는 국가들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적 포용'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를 제시한다. 성공의 핵심은 조기 계획, 모든 이해당사자의 실질적 참여,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비시킬 종합적·통합적 접근이다.

-한국 산업계에선 석탄 퇴출이 경쟁력과 비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 너무 느리게 움직였을 때의 위험과 과감히 전환할 경우 얻을 기회는 무엇인가?

▶이미 65개국이 PPCA에 가입해 석탄 단계적 폐지를 약속했다. 이들은 이를 경제성장 촉진 전략으로 보며, 석탄을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한다. 재생에너지 비용이 급락하면서 석탄의 경제적 논리는 이미 상당 부분 약화됐다. 한국처럼 수출 중심의 경제에서는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점점 더 '무탄소 전력(zero-carbon power)'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공적·민간 금융기관들은 이미 해외 석탄 금융을 제한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자산은 여전히 큰 규모다. 한국 금융은 PPCA 가입 이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PPCA를 통해 한국은 석탄 전환 금융(coal-to-clean transition finance)의 선도국이 될 기회를 갖고 있다. PPCA 산하 석탄전환위원회(Coal Transition Commission)는 석탄 전환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SMBC, 미즈호, DBS, UOB, OCBC 등 여러 국제은행이 석탄발전 조기 폐지(Early Retirement) 지원에 관심을 표명했다. 우리는 한국 정부와 한국 민간 금융이 이 분야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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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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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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