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잇따라 대규모 수주 낭보를 울렸다. 미중 갈등 여파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기술력 확보와 빠르게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한 데 따른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최대 전력회사 넥스트에라에너지와 약 4400억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0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약 2조원대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약 6조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단일 계약 기준 최대 수주를 기록했다. SK온은 지난 9월 미국 플랫아이언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계약을 맺었으며 이 회사가 추진 중인 6.2GWh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예정대로라면 총 2조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국내 배터리사의 연이은 수주 배경으로 빠른 기술력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꼽는다. 한때 중국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삼원계에 이어 LFP 분야까지 빠르게 진입하며 미국 고객사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약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국내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정도만이 실질적인 공급 후보로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품질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아온 만큼 ESS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현지 생산기반 확보도 수주 확대에 기여했다. 선두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내년 말까지 북미 지역 ESS 생산능력을 30G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휴 라인의 전환도 추진 중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ESS 수주잔고는 120GWh로, 한 분기 만에 70GWh가 증가했다.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의 일부 라인을 전환해, ESS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생산능력을 연간 30GWh로 확대할 방침이다. SK온 역시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ESS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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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폐지 등으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것과 달리 미국에서 ESS 시장은 급부상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ESS 수요는 올해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내년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ESS 사업부의 기여도가 60%를 웃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7년부터 전체 미국 ESS 배터리 생산능력 중 국내 배터리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내년에도 신규 수주 기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