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제트' 프로젝트의 결말은?

'마징가제트' 프로젝트의 결말은?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6.01.13 07:00

[선임기자가 판다]윤관 BRV 대표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선고 전 한달...핵심 쟁점 분석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사진=최우영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사진=최우영

"마징가제트 프로젝트가 최종 확정된 것은 2023년 4월 12일 이후다."

"아니다. 4월 12일 이전이다"

일본 로봇 만화영화(마징가 Z) 얘기가 아니다. 고 구본무 LG 선대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BRV(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인 메지온에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을 통해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얘기다.

검찰은 '마징가제트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윤 대표와 부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74조(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를 위반했다며 지난해 1월 23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김상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15일 첫 공판을 포함해 총 다섯차례의 변론을 종결하고 지난달 16일 결심을 진행했다. 결심에서 검찰은 윤대표에게는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 원, 구 대표에게는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 원, 추징금 1억 원을 구형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달 10일 진행될 1심 선고다. 선고 한달을 앞두고 양측이 다투는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간단하다. 투자결정의 핵심키를 가진 남편(윤관)이 '메지온에 투자한다'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일반 대중이 알기 전에 같이 사는 부인(구연경)에게 넘겼는지, 또 부인은 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었느냐의 여부다.

2022년 가을 골프모임에서 시작된 메지온-마징가 프로젝트

마징가제트 프로젝트의 시작=투자전문기업들은 통상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보안을 위해 프로젝트명을 쓴다. 이번 건은 '마징가 제트(Mazinger Z)'로 명명됐다. 코스닥 바이오기업인 메지온(Mezzion)의 사명과 발음이 비슷해 BRV에서 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작명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가을 한 골프모임에서 출발한다. 박동현 메지온 회장과 같은 골프 모임에 있는 홍콩인 제로쿠(Jerro Koo) 헤파가드 그룹 회장이 시발점이다. 제로쿠 회장은 자금의 필요성을 느끼는 박 회장에게 윤 대표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비슷한 시기에 윤 대표에게도 박 회장이 대주주인 메지온에 투자해볼 의향이 없는지 물었다.

제로쿠 회장은 또 그 시기에 구 대표에게도 메지온이라는 좋은 회사가 있다고 소개했다는 게 피고인 측 주장이다. 윤대표나 구대표는 각각 제로쿠로부터 메지온에 대해 소개를 받았지만, 서로가 그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이후 제로쿠 회장은 이 거래를 중간에서 성사시킨 대가로 메지온으로부터 거래대금(500억원)의 3%(15억원)를 수수료로 챙겼다.

반면 검찰은 이들의 주장과 달리 윤 대표가 구대표에게 메지온 투자에 대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전달했고 이를 통해 구 대표가 부당이득(약 1억 566만원)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미공개중요정보의 전달 '4월12일' 이전이냐가 쟁점=지난 다섯차례 공판에는 4월 12일 이전에 BRV와 메지온이 상호 투자에 합의했느냐가 쟁점이었다. 이유는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3만 5990주, 약 6억 4992만원)을 매입한 시기가 4월 12일 오후였기 때문이다. 4월 12일 이전에 미공개중요정보(메지온 투자정보)가 생겼으면 이 정보를 이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4월 11일에 투자금액 500억원과 이사지명권·사전동의권·동반매도청구권이 양측간에 합의됐기 때문에 이 시기에 사실상 투자가 확정됐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노성일 메지온 전무(CFO)가 최범진 BRV코리아 부대표에게 500억원의 투자금액이 확정됐으니 '빨리 공시를 준비하자'는 카카오톡 대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윤 대표의 모친인 최모씨의 생일 만찬모임에 구대표가 함께 참석해 이 시기에 미공개정보를 윤대표로부터 전달받았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투자심의위원회(이하 투심위)가 모든 투자조건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해야 투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투심위 의결 시기인 4월 17일이 '중요정보'가 완성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피고인 측은 투심위에서 투자안건이 부결될 수 있기 때문에 투심의 의결이 '미공개중요정보'가 생성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사진제공=경기도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사진제공=경기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대법원 판례 보니 =양측은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례를 근거로 유무죄를 다투고 있다. 검찰은 투자법인 내부의 의사결정이 최종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볼 때 현실화될 개연성이 충분하고 구체화된 정보라면 '중요정보'로 인정한 판례(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도11775)를 제시하며 유죄를 주장한다.

이 판례는 이사회 결의 전이라도 교섭이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는 이미 정보가 구체화돼 미공개중요정보가 생성됐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평소보다 큰 규모로 주식을 매수한 점과 공시 직전 거래가 이루어진 점 등을 근거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거래한 것이 명백하다고 보고 유죄 판결했다.

구 대표의 경우도 공시 1주일 전인 4월 12일 오후에 당시 메지온 시가(1만 7840원)보다 높은 2만원에 매수 상한선을 두고 6억 5000만원 전액을 매수하도록 지시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전날 가족모임 등을 통해 메지온에 500억원 투자사실을 확인하고 적극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반면 피고인 측은 서류상 서명을 통해 투자사실이 확정돼야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서울남부지법 판결(2022. 2. 17. 선고 2021노416 판결)을 근거로 4월 11일이 아닌 4월 17일이 최종 미공개중요정보의 생성시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정보의 전달시점과 방법은=재판부는 부부사이인만큼 녹취 등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는 힘들더라도 간접증거 등을 통해서라도 정보의 전달 과정을 공소장에 구체화하고 입증하라고 요구해왔다.

검찰은 그동안 윤 대표와 구 대표간 주식 투자와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를 토대로 부부간에 자주 정보교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과거 고려아연과 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러지 등 BRV 펀드와 구 대표의 주식 매입 과정과 구 대표 모친인 김영식 여사의 친구인 '성하아주머니'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 주목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윤대표와 구대표의 텔레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성하아주머니'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문의해오자 구 대표는 그 내용을 윤 대표에게 전달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기초 친구인 윤 대표가 고려아연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자 구 대표는 '알겠다'고 답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부부간에 주식관련 정보를 일상적으로 공유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윤대표로부터 전해들은 투자정보들을 LG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뉴스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정보를 전달한 것 뿐"이라고 했고, 구 대표는 "직원들이 내가 주식을 사고 팔 때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미공개중요정보'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지, 또 부부간 정보전달 입증을 어느 범위까지 요구할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이번 판결은 향후 부부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에 대한 심판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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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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