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과 시간의 표면을 거쳐 현재의 존재로 환원되는 이미지의 변주를 성찰"
갤러리 무모(대표 이종)는 2025년 기획전과 아트페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치고 'Future Artist with MUMO' 일곱 번째 기획전으로 홍준호 개인전 '이름없는 흔적들'을 오는 28일부터 3월 29일까지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홍준호 작가의 작업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남겨진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병원 시스템 속 차가운 의료용 이미지로 기록된 자신의 상흔을 마주하며, 존재가 이미지로, 흔적으로 환원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갤러리 측에 따르면 작가는 차가운 흑백의 의료 이미지 위에 색을 덧입히는 과정을 통해 고통의 흔적을 새로운 생명의 이미지로 전환한다. 어린 시절의 감각과 놀이의 기억에서 비롯된 색채는 죽음의 경험과 생의 긍정이 공존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며, 상처는 화면 위에서 다시 피어나는 형상이 된다. 이러한 작업은 'Homo Ludens'와 '몸에서 피어난 꽃' 시리즈로 이어지며, 개인의 기억을 공동의 감각으로 확장시킨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의 시선은 익명의 타인으로 향한다. 유럽, 일본, 미국 등에서 수집한 100여 년 전 사진 건판과 빈티지 이미지는 이름과 맥락이 사라진 채 시간의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감광 유제의 탈락과 마모, 균열이 남긴 표면은 기록 이전에 시간의 물질성을 드러내며, 작가는 이를 스캔하고 디지털 오류와 색의 중첩을 통해 새로운 초상으로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사진은 기록의 매체를 넘어, 시간과 기억이 축적된 하나의 표면으로 다시 태어난다.
홍준호 작가는 전통적인 사진의 개념에서 벗어나 직접 촬영하지 않은 이미지, 오류에서 생성된 색, 반복과 변형의 과정을 통해 존재와 부재, 기억과 상흔,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상처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타인의 얼굴과 시간의 표면을 거쳐 현재의 존재로 환원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간 속에 남는가에 대한 질문을 강하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