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메모리 슈퍼사이클 국면서 최대 9조 손실 우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 수순에 들어가면서 AI(인공지능)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변수로 떠올랐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국면에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기술 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공동투쟁본부)는 지난 9일부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93.1%로 가결됐다고 18일 밝혔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등 3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 재적 조합원 9만명 가운데 6만5019명(73.5%)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투표 결과로 노조는 법적 쟁의권을 확보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졌다. 공동투쟁본부는 다음달 23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뒤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 노조의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4년 7월 성과급 제도 개선과 평균 임금 인상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면서 25일간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공동투쟁본부측은 "이번 찬반 투표의 압도적 결과를 조합원의 엄중한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며 "노동자 절대 다수가 현 사측 제시안이 '인재제일' 경영원칙에 부합하지 않음을 분명히 선언한 것이며 요구 관철을 위해 행동에 나서라는 경영진을 향한 강력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재 제일 경영 원칙 실현과 인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다. 삼성전자는 OPI를 연봉의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임금 인상률 총 6.2% 상향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주택대부제 최대 5억원 지원 등을 포함해 OPI 재원을 기존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20%와 영업이익 10% 가운데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노조 측은 OPI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맞아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시기에 파업이 강행될 경우 AI 시대 핵심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파업으로 인한 삼성전자 영업이익 손실 규모가 최대 9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의 70% 이상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설루션) 부문 소속이다.
삼성전자는 HBM3E(고대역폭메모리) 납품이 경쟁사 대비 지연되며 실적과 주가가 함께 부진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월에는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HBM4를 양산·출하했고, 이날 AMD와도 HBM4 협력을 발표했다.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테슬라·애플·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하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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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산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시황에 따라 연간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하고 적자를 기록하기도 한다"며 "성과급 상한이 폐지될 경우 회사는 향후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완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원가 부담에 직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DX 부문은 최근 임원 항공권 규정을 변경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2026년 임금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