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네 기름'… 세부 조율이 성공 관건

'한 지붕 네 기름'… 세부 조율이 성공 관건

김지현 기자
2026.04.10 04:00

혼합계약 주유소 도입
제휴카드·마케팅 협의 필요
실제 가격인하 실효성 의문

더불어민주당과 정유·주유업계가 여러 브랜드의 기름을 섞어 판매할 수 있는 '혼합계약 주유소' 도입에 합의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만큼 세부 시행과정에서 난제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와 주유소간 혼합계약 주유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제휴카드와 포인트체계 정비문제다. 혼합계약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 제휴카드를 사용할 경우 정산방식을 새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와 이해관계 조율 역시 변수로 지목된다. 제휴카드로 카드사들이 얻는 수익이 적지 않은 만큼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브랜드 마케팅 비용부담 기준 역시 불명확해질 수 있다. 실제로 특정 정유사 상표를 단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 제품을 일부 도입하면 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분담할지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준이 불투명하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본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중동전쟁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주유소-정유사 사회적대화 상생 협약식'에서 한병도 원내대표(앞줄 가운데)와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앞줄 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정부와 정유업계, 주유소업계 관계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중동전쟁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주유소-정유사 사회적대화 상생 협약식'에서 한병도 원내대표(앞줄 가운데)와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앞줄 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정부와 정유업계, 주유소업계 관계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주유소가 낮은 가격에 제품을 확보하더라도 마진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관리 및 점검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품질관리도 변수다. 단일공급 구조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가 비교적 명확했지만 복수 정유사 제품이 혼합되면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가 가격인하를 위해 가짜석유 도입 등을 시도하면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기존에는 단일 정유사 공급망을 추적하면 됐지만 혼합구조에서는 관리가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주유대금 사후정산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주유소별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긍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자금여력이 부족한 일부 주유소는 사후정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정유업계는 정부의 정책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부 운영방안은 추가논의가 필요하며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주유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논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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