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車 29개국 석권, 현대차·기아 점유율 뒷걸음..신흥국 전선 흔들린다

중국車 29개국 석권, 현대차·기아 점유율 뒷걸음..신흥국 전선 흔들린다

강주헌 기자, 유선일 기자, 이정우 기자
2026.05.19 16:40
중국 자동차 업체 진출 지역과 현대차그룹에 대한 위협도/그래픽=이지혜
중국 자동차 업체 진출 지역과 현대차그룹에 대한 위협도/그래픽=이지혜

현대차그룹의 위기의식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신흥시장을 향한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1분기 주요 거점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그룹 내부에서는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제조 역량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604,000원 ▼59,000 -8.9%) 인도네시아 공장(HMMI) 가동률은 37.7%였다. 전년 동기(56%)와 비교해 불과 1년 만에 가동률이 반토막 난 셈이다. 생산 물량도 2024년 1분기 2만2520대, 지난해 1분기 1만8150대, 올해 1분기 1만2540대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세안 공략의 또 다른 거점인 베트남 공장(HTMV)도 가동률이 44.6%로 전년 동기(55.5%) 대비 10%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2만1100대에서 2만7100대로 확대됐지만 실제 생산실적은 1만1700대에서 1만2085대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판매 실적도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베트남 공장의 1분기 판매량은 1만2597대로 전년(1만3934대) 대비 9.6% 줄었고 인도네시아 공장은 1만7189대에서 1만4703대로 14.5% 감소했다.

신흥국 공장 가동률 저하와 판매 감소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시장 침투가 자리 잡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현지 소비자 구매력에 맞춘 저가 모델을 앞세워 신흥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브랜드의 물량 공세가 현대차·기아의 현지 판매 기반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남미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분기 기아(154,900원 ▼7,600 -4.68%) 멕시코 공장 가동률은 77.9%로 전년(71.9%) 대비 소폭 회복됐지만 완전 가동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서도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지난해 20만8834대에서 올해 20만7322대로 소폭 줄었다. 100%를 웃도는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국내 공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영토 확장으로 시장 경쟁은 갈수록 버거워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업체가 판매 순위 '톱(TOP)3'를 기록한 국가는 총 29개국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한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중국차 점유율이 전년 대비 2계단 올라 1위를 차지했다.

HMG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빅(BIG)5'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11.8%로 전년 대비 4.6%p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3.9%로 오히려 0.9%p 떨어졌다. 브라질에서도 중국 업체 점유율은 11.3%로 2%p 올랐지만 현대차·기아는 7.9%로 0.7%p 하락했다. 중동을 비롯해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도 지난해 중국이 현대차·기아 점유율을 넘어섰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동안 현대차·기아는 뒷걸음질 친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엔진·변속기가 없어 생산 진입 문턱이 낮은데다 중국은 과잉 생산된 배터리와 전기차를 앞세워 가격까지 내려치고 있어 정상적인 가격으로 팔아도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남아는 아직 '마이카 시대'로 완전히 접어들지 않아 가성비 모델을 선호하는데 이미 전기차 상당 부분을 중국이 석권하고 있다"며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갖추지 못하면 중국과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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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기자

자동차·항공·물류·해운업계를 출입합니다.

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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