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성과급 협상에 온 이목이 집중된 지난 주, 중국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두 곳이 화제였다. 지난 17일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 중인 중국 최대 D램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1분기 순이익이 1688% 폭증했다고 밝혔고 19일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YMTC)는 기업공개 착수를 공식화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양 대 기업이 굵직한 뉴스를 내놓자 SMIC, 화홍 등 파운드리 업체, 나우라 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장비 기업을 포함한 중국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들썩였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주로 상장하는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은 지난 20일 3.2%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메모리 초호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게도 호기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지원하던 기업들이 칩플레이션을 만나 마침내 흑자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6년 나란히 설립한 CXMT와 YMTC를 앞세워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는 점유율 5%로 글로벌 4위를 차지했다. 1~3위는 삼성전자(36%), SK하이닉스(32%), 마이크론(23%) 순이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4분기 CXMT의 점유율이 7.67%에 달한다고 추산할 만큼 CXMT는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CXMT는 상장 신청 서류 수정을 통해 1분기 매출이 508억위안(약 11조18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19% 급증했으며 순이익은 247억6000만위안(약 5조4500억원)으로 1688% 폭증했다고 밝혔다. 사실 CXMT의 실적 급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실이다. 메모리 품귀 현상에 업계 5위인 대만 난야테크놀로지의 1분기 영업이익이 301억대만달러(약 1조436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55% 급증했기 때문이다.

CXMT가 1분기에 작년 한 해 매출(618억위안·13조6000억원)의 82%를 달성한 걸 봐도 메모리 품귀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회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흑자전환했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최대 1200억위안(26조4000억원), 순이익은 최대 570억위안(12조5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677%, 2544% 폭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1분기 실적 기준 CXMT 매출과 순이익은 기존 커촹반 상장기업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 본토 A주 전체 기업 중에서도 13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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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는 상장으로 295억위안(6조5000억원)을 조달해, 생산능력 확충·D램 연구개발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CXMT는 허페이와 베이징에 12인치 웨이퍼 생산공장 3곳이 있으며 올해 말 D램 생산능력이 월간 웨이퍼 30만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YMTC는 2016년 설립된 중국 낸드플래시 대표 기업이다. 2021년 12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진입했으며 2022년에는 232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승승장구하던 YMTC에 제동이 걸린건 2022년 10월이다. 미국 상무부는 △18㎚(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14㎚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본격화했다. 같은 해 12월 YMTC는 미국의 수출 통제 명단에도 올랐다.
하지만, YMTC는 중국 내수 위주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YMTC는 점유율 11%로 글로벌 6위를 차지했다. CXMT의 D램보다 높은 점유율이다. CXMT와 YMTC의 점유율은 1년만에 2~3%포인트 확대되는 등 중국 메모리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기업의 순익도 폭증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익성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HBM)·D램에 집중하면서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이 축소됐는데, AI가 데이터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대되면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는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 주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는 2026회계연도 1분기(4~6월) 영업이익이 1조3000억엔(약 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25회계연도의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수치다. 아직 YMTC는 상장관련 서류를 정식으로 제출하지 않아 정확한 실적은 알 수 없다. 다만,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해 200억위안(약 4조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CXMT와 YMTC는 모두 중국 국유기업이나 다름없다. CXMT는 중국 지방정부 산하 투자기관 또는 국유펀드인 칭후이지디엔(21.7%), 창신지청(11.7%),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빅펀드) 2기(8.7%)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YMTC 최대주주는 우한시 국유자산위원회 산하 후베이 창성발전(26.54%)이다. 역시 빅펀드를 포함해, 다수 국유펀드와 국유은행이 출자했다.
오는 2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상장 심사 회의를 열어 CXMT 상장을 심사할 예정으로 CXMT는 빠르면 상반기내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CXMT 시가총액이 1조위안(약 22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모리 초호황으로 중국도 곧 초대형 반도체 상장기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중국 현지 동방증권은 삼성 등 해외 메모리 대형 제조사들이 범용 D램 생산능력 확장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CXMT가 생산능력을 증대하고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CXMT의 생산능력 확충이 중국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의 반도체 추격은 더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