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면 손해?…'매수'보다 '월세'가 싼 미국

집 사면 손해?…'매수'보다 '월세'가 싼 미국

안재용 기자, 김윤희 PD, 우건희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6.06.05 18:0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편집자주] 'Let美Inside'는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미국 50대 도시 어느 곳에서도 지금 집을 사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것이 자산 형성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30년 모기지 금리가 6%대 중반에 고착된 가운데, 월세와 주택 구매 비용의 격차가 전국 평균 월 920달러(약 130만 원)에 달하면서 '월세=낭비'라는 통념이 뒤집히고 있다.

황종덕 머니투데이 북미지역 총괄 담당 기자는 5일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M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미국 주택 구매 비용의 실제 구조와 모기지 급등 배경, 월세 거주의 자산 형성 논리, 그리고 한국 주거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했다.

미국 주택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집값 계산법이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집값 총액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지만, 미국인들은 매달 지갑에서 나가는 월 현금 지출을 기준으로 따진다. 집값 42만 달러짜리 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모기지 원리금(집값의 80% 대출, 30년 고정 6.5% 기준) 약 2140달러에 재산세(집값의 1~2%를 12개월로 나눈 금액) 525~700달러, 화재·자연재해 의무 가입 주택보험 150~200달러, 콘도·타운하우스의 공동관리비 200~500달러, 연간 유지보수비(집값의 약 1% 권장) 350달러를 합산하면 월 총주거비는 3365~3890달러에 달한다. 집값 총액이 아닌 월 현금 부담이 미국인이 구매와 월세를 비교하는 실질 기준이다.

계약 구조도 다르다. 미국에서는 집값의 20%를 계약금 겸 선납금(다운페이먼트)으로 현금 납부하고 나머지 80%를 모기지로 빌린다. 42만 달러짜리 집이라면 8만4000달러를 현금으로 내고 매달 3000달러 이상을 지출한다. 매각 시 비용도 상당하다. 매도·매수 중개인 수수료를 합산하면 평균 5.44%이며 감정평가·주택 검사·권원보험 등 거래 완결 비용이 집값의 2~5%가 추가된다. 42만 달러짜리 집 한 채를 사고팔면 수수료만 2만2848달러가 사라진다. 계약부터 잔금까지 평균 42일, 매물 등록부터 완료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 그래서 미국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최소 5년 이상 보유를 전제로 한 아주 무거운 결정이다.

지금 미국 모기지 금리가 6%대 중반에 고착된 데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첫째는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공급 폭탄이다. 미국 정부는 매년 약 2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끊임없이 발행한다. 현재 국가 부채는 39조 달러이며 금리가 1%만 올라도 이자만 3조 2000억 달러가 추가된다. 공급이 넘쳐나면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간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과 물가 우려까지 겹치면서 2026년 5월 10년물 국채 금리가 한때 4.68%까지 치솟았고 30년물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2%를 넘어섰다. 둘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외면이다. 연준은 보유 주택저당증권(MBS)이 만기 될 때마다 단기채에만 재투자하고 장기채는 사들이지 않는다. 정부가 쏟아내는 장기채를 민간이 전부 소화해야 하는 수급 불균형이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모기지 금리를 6.5%대에 고착시키고 있다. 셋째는 잠금효과(Lock-in Effect)다. 팬데믹 당시 2~3%대 저금리로 집을 산 기존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는다. 팔면 새집에 6.5% 금리를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물이 나오지 않으니 집값은 내려가지 않고, 신규 구매자는 높은 집값과 높은 금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1980년대는 금리가 18%였는데 6.5%가 무엇이 힘드냐"는 반론이 있지만, 숫자를 들여다보면 지금이 더 고통스럽다. 1980년대 볼커 쇼크 당시 명목 모기지 금리는 평균 16.64%(최고 18.63%)였지만 중위 주택 가격은 약 8만 달러(1984년 기준)로 중위 소득의 3.0~3.5배 수준이었고, 월 소득의 약 15%면 모기지를 감당할 수 있었다. 지금은 명목 금리가 6.37~6.51%로 절반 수준이지만, 중위 주택 가격이 약 41만9000달러로 중위 소득의 5.0~7.0배까지 폭등해 있어 월 소득의 31~40%를 써야 한다. 미국 주택구매능력지수(HAI)는 98.2로 역대 최저치다. 집값에 금리를 곱한 복합 부담으로 보면 지금이 더 나쁘다. 1980년대 위기는 금융기관이 무너지는 시스템 위기였지만, 지금의 위기는 은행은 멀쩡한 채 가계와 청년층의 구매력만 소리 없이 질식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금리가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 부채 39조 달러에 올해 이자만 1조 달러로 역대 최고다. 이자를 내려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고, 그러면 금리 상승 압력이 생기는 악순환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공공부채가 2036년 GDP의 12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경고하는 이유다. 그 결과 미국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하는 평균 연령은 이제 40세가 됐다. 한 세대 전 20대 후반에서 10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 주요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얼터닷컴이 올해 3월 50대 도시를 조사한 결과, 예외 없이 집을 사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것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으로는 월 920달러 저렴했다.

여기에 공급 여건까지 월세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26년 3월 기준 미국 중위 월세는 32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했다. 팬데믹 초저금리 시절 개발업자들이 임대 전용 주택을 역대급으로 착공한 물량이 2024~2025년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2024년 완공 물량은 60만 8000가구로 1986년 이후 최대였고, 2025년에도 48만 8000가구가 공급됐다. 다만 현재 고금리로 신규 착공이 급감 중이어서 이 유리한 환경이 영원하지는 않다.

핵심은 전국 평균 월 920달러의 가격 차이를 금융자산에 투자하면 집을 사는 것보다 자산을 더 빠르게 형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차액을 S&P500 인덱스펀드에 연 7% 복리로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1년 후 1만 1401달러(약 1600만 원), 3년 후 3만 6736달러(약 5150만 원), 5년 후 6만 5865달러(약 9220만 원)가 된다. 단순히 920달러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굴릴 수 있는 금융 인프라가 받쳐준다는 점이 핵심이다.

미국인이 집 없이 월세에 거부감이 덜한 이유는 탄탄한 노후 금융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납입액 전액이 과세소득에서 공제되는 직장 연금 401K, 세후 납입 후 은퇴 인출 시 완전 비과세인 로스 IRA(Roth IRA·연 한도 7500달러), 납입·운용·인출 모두 비과세인 의료비 저축 계좌 HSA, 한도 없이 S&P500 상장지수펀드(ETF)에 자유롭게 투자하며 1년 이상 보유 시 저율 과세가 적용되는 위탁 계좌까지, 다층 구조의 절세 금융 수단이 집 없이도 노후를 대비하게 해준다. 이 자산들은 달러로 표시되며, S&P500은 장기 연평균 7~10%로 인플레이션을 압도해왔다.

미국에서 구매가 다시 유리해지는 시점에 대해서는 모기지 금리 수준별로 전망이 갈린다. 모기지 금리가 5.5~5.75%로 내려오려면 10년물 국채 금리가 3.75%까지 떨어져야 하며, 그 시점에 비로소 월세 대비 구매 우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분석된다. 5% 아래로 내려가면 오히려 수요가 폭발해 집값이 재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도시별로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피츠버그·멤피스·볼티모어는 1.5~2년 내 전환이 가능한 반면, 오스틴·시애틀·산호세·LA·샌프란시스코는 구조적으로 월세 우위가 장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도 분명하다. 미국에서 집값이 안정됐던 시기는 1950~60년대 30년간 5000만 가구를 추가 공급했을 때가 유일했다. 금리만으로는 주거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미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1분기 기준 한국 임대차 거래 10건 중 7건이 월세다. 월세 비중이 2022년 48%에서 4년 만에 68.6%로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서울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전세의 나라'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월세 확산은 본질이 다르다. 미국인은 데이터를 계산한 끝에 스스로 월세를 선택하지만, 한국은 집값은 오르는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하고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 선택이 아닌 강제다.

두 나라의 구조적 차이는 선명하다. 통화부터 다르다.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인 반면, 원화는 2014년 1099원에서 2026년 5월 현재 1500원대까지 장기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열심히 저축해도 달러 기준으로는 가치가 녹아내린다. 금융자산 형성 구조도 다르다. 미국은 401K·로스 IRA·HSA 등 절세 수단이 여러 겹인 반면, 한국은 금융자산의 85%가 예금이고 퇴직연금 수익률도 낮다. 가계 자산 구조는 정반대다. 미국은 부동산 32%·금융자산 60~70%인데 한국은 부동산 64.5%·금융자산 25%다. 주택 구매 부담도 차이가 크다. 미국은 집값의 20%만 내고 나머지는 모기지를 쓰지만, 한국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로 서울 평균 아파트를 사려면 집값의 40~60%를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집값 전망도 갈린다. 한국은 2040년 이후 인구 감소로 장기 하락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지방은 이미 그 과정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황 기자는 미국의 역사적 사례 두 가지가 한국에 명확한 교훈을 준다고 짚었다. 1970년대 뉴욕이 도입한 임대료 상한제는 공급을 외면한 채 수요만 눌렀고, 신축이 멈추고 기존 건물이 슬럼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2000년대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 미국 정부가 주택 구매를 장려하자 돈이 몰렸고 그 결말이 2008년 금융위기였다. 규제로 수요를 누르든, 정책으로 수요를 부추기든, 공급을 손대지 않은 채 수요만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결국 부작용이 터진다는 교훈이다. 황 기자는 한국에서 무리한 주택 구매가 갖는 위험성이 미국보다 훨씬 클 수 있다며, 401K처럼 월급 일부가 자동으로 장기 투자 계좌에 쌓이고 절세 혜택이 붙는 시스템과 ISA·연금저축 같은 제도의 실질 수익률 증가가 집값 문제만큼이나 시급한 구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채널M은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경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안재용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안재용 기자입니다.

김윤희 PD

안녕하세요. 뉴미디어영상부 김윤희 PD입니다.

우건희 PD

안녕하세요. 뉴미디어영상부 우건희 PD입니다.

신선용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뉴미디어영상부 신선용 디자이너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