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분기 매출·영업이익에 메모리 매출만 121조..미국 테일러 2공장 연말 착공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를 통해 사업 체질까지 바꾸고 있다. 5년 이상 장기 계약과 가격 하한선을 도입하며 실적 안정성을 높였다. 약한 고리로 꼽혔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수주 증가와 가동률 개선으로 반등 기대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영업이익이 89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6.1%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89조5000억원)의 대부분을 DS부문이 책임진 셈이다. 같은 기간 DS부문 매출은 127조5000억원으로 56.1% 늘었다.
실적은 메모리사업부가 이끌었다. 매출은 120조8000억원으로 DS부문 전체 매출의 약 95%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에 세운 역대 최대 분기 실적도 석 달 만에 경신했다. AI(인공지능)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모두 역대 최대 비트 판매량을 달성했고, 가격 상승까지 더해졌다. 2분기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보다 D램이 40% 중반, 낸드가 60% 후반 올랐다.
삼성전자 최대 실적과 장기계약 선수금 수취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말 현금성 자산은 167조59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16조원의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3개월 사이 현금성 자산이 48조3500억원이 늘었다.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토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하이퍼스케일러뿐 아니라 AI 인프라에 특화된 네오클라우드와 서버 제조사까지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신규 팹(Fab·공장)건설부터 웨이퍼 생산까지 3년6개월 이상 걸리는 일정을 감안하면 메모리 부족 현상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준 메모리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현재 고객 수요를 고려하면 올해 수요가 내년으로 이연되면서 추가적인 공급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인프라 수요 급증과 생산능력 확대의 제약은 메모리 산업의 거래 구조마저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수요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던 메모리 사업에 조선·방산·에너지 산업과 같은 장기 수주 구조가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과 수년치 공급 물량을 미리 정하고 이에 맞춰 투자와 생산을 진행하면서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과 LTA를 체결했고, AI와 관련된 5개 대형 고객과의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LTA 물량이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고객에 생산능력을 모두 묶지 않고, 단기 수요와 신규 고객에 대응할 여유 물량은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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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은 5년을 기본으로 하되 해마다 협상을 통해 계약 기간을 1년씩 늘리는 '롤링' 방식으로 체결된다. 삼성전자는 계약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예치금 성격의 선수금도 조건에 포함시켰다. 전체 선수금 중 약 4분의 1은 이미 받았다. 범용 메모리 계약에는 시장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하한 가격도 설정했다.
LTA를 통해 확보한 고객의 확정 수요에 맞춰 클린룸과 장비 투자를 단계적으로 집행할 수 있어 과잉 투자 위험도 낮아지게 된다. 김 부사장은 "대규모 AI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는 대형 고객사들의 다년 공급계약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확정적인 미래 수요를 보증할 수 있는 고객사를 중심으로 계약을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가 실적을 이끄는 가운데 파운드리에서도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2분기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용 베이스다이(가장 밑에 있는 단)와 고객 수요가 늘면서 매출과 가동률이 함께 상승했다. 충당금 반영 전 기준으로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선단공정 수주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와 AI·HPC(고성능컴퓨터) 고객의 2나노(㎚·10억분의 1m)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2030년까지 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서 2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석채 파운드리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올해 2나노 수주 과제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현재 선단 공정 생산능력의 증설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말 미국 테일러 2공장(Fab 2) 공사에 들어간다. 2030년 양산이 목표다. 테일러 1공장은 올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해 2나노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1.4나노 고객 문의가 증가해 추가 생산 공간 확보도 검토 중이다. 기존 성숙공정 라인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선단 공정으로 재편한다.
무엇보다 전 공정에서 가동률이 개선되고 있다. 8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공장 가동률이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파운드리 수익에 핵심인 수율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2나노 1세대 공정 양산 경험을 기반으로 하반기 2세대 공정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강 부사장은 "파운드리 가동률과 수익 개선, 가격 인상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흑자 전환 시기는 수주 산업의 특성상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 어렵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