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발 유럽행 4% 줄 때 한국만 증가…일본은 17% 감소

중국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물량이 약세를 보인 유럽행 항공화물 시장에서 한국발 물량만 증가했다. 인공지능(AI)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장비 등 고부가 기술화물이 중국 저가 이커머스 화물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27,500원 ▲600 +2.23%)의 구주 노선 화물 매출도 2분기 40% 증가하며 이같은 흐름이 실적으로 나타났다.
7일 국제 항공화물 시장조사업체 월드ACD에 따르면 지난달 20~26일 아시아·태평양발 유럽행 항공화물 물량은 전주 대비 4% 감소했다. 주요 출발국 가운데 한국발 물량만 3% 증가했다. 반면 일본발 유럽행 물량은 17% 감소했다. 중국 본토발은 5%, 홍콩발은 1% 줄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중국 본토발과 홍콩발은 각각 10%, 23% 감소했다.
중국·홍콩발 물량 감소에는 유럽연합(EU)의 소액 수입품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지난달 1일부터 150유로 이하 소액 수입품에 적용했던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품목당 3유로의 임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항공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보내던 저가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것이다.
한국발 물량 증가는 'AI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와 맞물린다.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41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8% 증가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이 포함된 컴퓨터 수출도 47억9000만달러로 404% 급증했다. EU 수출은 55.7% 증가한 93억8000만달러로 월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 급증이 한국발 항공화물 증가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서버 등 AI 관련 제품은 부피에 비해 가격이 높고 신속한 납품이 중요해 항공운송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대한항공(27,500원 ▲600 +2.23%)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화물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 매출은 1조5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1% 증가했다. 1분기 화물 매출 1조906억원과 비교해도 41.4% 늘었다.
2분기 전체 화물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화물 수익률은 41.8% 상승했다. 물량 증가보다 고부가 화물 비중 확대와 운임 상승이 매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구주 노선 화물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AI 반도체와 서버랙, 데이터센터 인프라 장비가 중국 이커머스 화물을 대신해 화물사업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용 변압기 등 크고 무거운 특수화물 수요도 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프로세서 주문은 향후 2~3년치까지 가시성이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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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화물을 운송하는 외항사에서도 기술화물 수요 증가가 나타났다. 캐세이퍼시픽은 인천에서 화물기와 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활용해 한국발 화물을 싣고 홍콩 허브를 거쳐 유럽 등 장거리 시장으로 연결한다. 캐세이카고는 한국발 주요 화물로 삼성전자(230,500원 ▼15,500 -6.3%) 등의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꼽고 있다.
캐세이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화물 매출은 138억600만홍콩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다. 캐세이퍼시픽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 기술제품 운송 증가가 화물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캐세이퍼시픽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62억4000만홍콩달러로 71%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오스트리아 빈 공항의 중·동부유럽 관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빈 공항과 맺은 화물 조업 계약을 2028년 말까지 연장했고 주 최대 10편의 화물편을 바탕으로 전자제품과 의약품 등을 중·동부유럽에 운송하고 있다. 양측은 공동 마케팅과 물류 서비스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AI 관련 제품은 물량보다 항공사 매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AI 관련 제품은 항공운송 화물 가치의 53.5%를 차지했지만 물량 비중은 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