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국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24시간 운영이 필수적인 병원, 제조업, 시설 관리 등 교대근무 사업장들은 근로시간의 유연한 운영을 위해 대부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특정 주나 특정 일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주나 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정 단위기간 내의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인 주 40시간 이내로 맞추는 제도다. 업무량이 몰리거나 교대 스케줄이 복잡한 현장에서 초과근무 수당 부담을 덜고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영하기 위해 법이 보장하고 있는 필수적인 노무 장치라 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를 적법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요건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1조는 단위기간에 따라 그 도입 요건을 달리 정하고 있는데, 2주 이내의 단위기간은 취업규칙에 따라 도입할 수 있고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 근로일별 근로시간 등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어디에도 이 단위기간을 실제 현장에서 돌아가는 근로순환 주기와 반드시 동일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제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 사업주를 대리해 이와 관련된 임금 소송을 수행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의 근로자는 적법한 2주 단위 기준이 있음에도 실제 현장의 근무가 3주를 교대로 운영됐다는 이유로 제도의 무효를 주장해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법률상 단위기간과 현장 교대 주기가 일치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근로자의 자의적인 제도 무효 주장을 배척했다.
현장에서 교대근무 사업장이 직면하는 핵심 노무 리스크는 바로 법적 기준과 실제 스케줄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인력 공백이나 업무 특성에 따라 당초 정해둔 근무 스케줄이나 순환 주기가 불가피하게 변동되는 일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사업주가 서류상 기준과 현장 스케줄의 차이를 법리적 검토 없이 방치하면 근로자가 특정 시점을 임의로 잘라내 자신에게 유리한 가상의 근무 패턴을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탄력근로 제도의 효력 자체가 부정당해 전체 근로 기간에 대한 초과수당 체불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이러한 리스크를 방어하고 적법한 탄력근로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관리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제도의 뼈대가 되는 취업규칙 정비나 서면 합의 절차를 근로기준법 요건에 맞춰 완벽하게 구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도입 단위기간(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에 맞춰 대상 근로자의 범위와 근로일별 근로시간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나아가 현장의 교대 주기가 유동적으로 변동되더라도 사전에 정한 단위기간 안에서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법정 기준을 넘지 않도록 실근무 총량을 꼼꼼하게 통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만약 이같은 분쟁이 제기된다면 객관적인 근태 데이터와 법적 조력을 바탕으로 적법한 제도 도입 사실과 단위기간 내 근로시간 한도 준수 사실을 논리적으로 입증해내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