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의 전기차 생활문화] 충전기는 많은데, 왜 충전할 곳은 없을까

[조현민의 전기차 생활문화] 충전기는 많은데, 왜 충전할 곳은 없을까

홍보경 기자
2026.08.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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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10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약 109만5000대, 상반기에 새로 등록된 전기차만 약 19만9000대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200만 대, 300만 대 시대를 향한다.

그런데 다음 100만 대를 생각하다 보면 조금 다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전기차가 좋은 건 알겠는데, 나는 어디서 충전하지?"

전기차 100만 대까지는 새로운 기술을 먼저 받아들이고 불편도 감수할 수 있는 사용자들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다르다. 충전을 위해 생활을 바꾸려는 사람보다 자신의 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충전할 수 있어야 전기차를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차 보급의 다음 병목은 자동차가 아니라 '주소'일지도 모른다.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오래된 빌라에 사는 사람의 충전환경은 전혀 다르다. 단독주택이라도 주차면과 전력설비 조건이 다르고,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소유자와 임차인, 공동공간의 이해관계까지 얽힌다. 작은 상가나 사업장 역시 충전기 한 대를 설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은 전체 주거의 약 40%가 비아파트인데도 주거시설 충전기의 93%가 아파트에 설치돼 있다. 충전기의 절대 숫자와 내가 실제로 충전할 수 있는 환경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 문제는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 역시 전기차 보급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초기에는 공공 급속충전기 중심으로 인프라가 확장되면서 생활권 충전의 공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공공 중심에서 벗어나 주거지·생활권 단위의 완속충전 확대와 민간 참여형 설치 지원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동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비슷하다. 대규모 신도시와 달리 구도심·저층 주거지가 혼재된 지역에서는 '충전기 총량'보다 '설치 가능한 공간의 편차'가 더 큰 문제로 드러나면서, 공동주택 중심 지원에서 소규모 주거지와 생활시설로 지원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충전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기존 충전사업자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충전기가 없는 단독주택, 다세대·연립주택, 소규모 공동주택 등의 시민이 직접 설치하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1차 모집에는 단독주택 31곳, 다세대주택 8곳 등을 포함해 45개소에서 49기의 설치 신청이 들어왔고 모두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2차 사업에서는 공용 급속충전기의 지원비율도 최대 70%까지 높였다.

나는 이 변화에서 중요한 신호를 본다. 충전정책이 이제 '충전기를 몇 기 설치했는가'에서 '누가 아직 충전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기를 기다리는 것만 충전난은 아니다. 내가 사는 집에 충전기를 놓을 방법이 없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것도 충전난이다. 관리주체가 없어서, 전력용량이 부족해서, 주차면이 애매해서, 건물주의 동의를 받지 못해서 전기차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충전의 사각지대다.

물론 모든 주차면에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구든 자신의 일상 안에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충전 방법 하나쯤은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동네에서든 매일의 이동 동선 안에서 말이다.

전기차 100만 대까지 필요했던 것이 더 많은 충전기였다면, 200만 대와 300만 대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충전이다.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사는 곳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 사는 집의 형태와 주차환경 때문에 전기차생활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것.

충전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것은 단순히 충전기를 하나 더 설치하는 일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이제 당신도 전기차를 선택해도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글/조현민 이볼루션 대표

조현민 대표
조현민 대표

조현민

전기차 생활문화 기획자

㈜이볼루션 대표

『제4의 공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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