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이하 석화) 사업재편 일환으로 추진 중인 '대산 1호 프로젝트' 관련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 공급 유지 의무, 정보교환 금지, 임직원 인사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았다. 기업결합으로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산 1호 프로젝트 관련 기업결합건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대산 1호 프로젝트의 골자는 충남 대산 석화단지 내 NCC(나프타분해설비)와 기타 석화제품 생산시설을 통폐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다. 이어 해당 분할신설법인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HD현대케미칼이 존속한 뒤 분할신설법인을 소멸시킨다. 이후 롯데케미칼이 통합법인인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 취득해 최종적으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국내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및 EVA(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시장의 과점이 심화해 경쟁사업자 간 가격 등에 관한 협조가 용이해지고, 저수익 품목 생산 중단 및 가격 인상 발생 가능성이 있어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결합에 따라 경쟁사업자 수가 기존 4개(한화, LG, 롯데, HD현대)에서 3개(한화, LG, HD현대)로 줄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결합 후 3사는 생산능력 기준 약 50:25:25의 비율로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3사 합산 점유율이 75%를 초과(LDPE 82%, EVA 95%)한다.
특히 HD현대케미칼은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오던 사업자로, 경쟁 소실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더욱 우려된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HD현대케미칼이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저수익·저가 그레이드(물성과 용도에 따라 구분되는 세부 제품 규격) 생산과 공급을 중단할 우려가 있단 지적이다. 이럴 경우 구매자인 대부분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대체 공급선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동시에 경쟁제한 우려 해소를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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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향후 5년간 LDPE 및 EVA의 국내 가격 변동률을 수출가격 변동률 기준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수출가격이 직전 3개월 대비 인상·동결되는 경우에는 국내가격 인상률을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하고, 인하되는 경우에는 국내가격 인하율을 수출가격 인하율 이상으로 해야 한다.
또 기업결합 당시 생산 중이던 모든 그레이드의 LDPE, EVA 제품군에 대해 국내 수요자 요청 물량을 공급토록 했다. 상호 간 또는 계약회사 등을 통해 가격·수량·원가·재고량 등 경쟁민감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금지했다.
아울러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을 금지하고, 사업재편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전적했던 롯데케미칼 임직원이 복귀하는 경우 1년 간 LDPE·EVA 관련 업무에서 배제토록 했다.
한편 HD현대케미칼은 이번 기업결합과 별개로 석화업계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상생방안은 향후 공정위와 협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시정명령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임직원 대상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시정명령을 촘촘하게 부과했다"며 "공정위는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나가는 한편,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화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