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쇼핑몰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마라

[기자수첩]쇼핑몰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마라

원종태 기자
2010.07.16 08:07

15일 대구광역시 동구 율하택지지구 상업시설용지 7블럭. 1년9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롯데쇼핑이 대형 복합쇼핑몰을 개장했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은 이 복합쇼핑몰 건물 외관을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이 지역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이라면 이 건물이 과연 쇼핑몰이 맞나 의구심까지 들었을 법도 했다. 쇼핑몰 외벽 어디에도 건물 용도를 알리는 번듯한 간판 하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문 외벽 유리창 꼭대기에 영문으로 'LOTTE SHOPPING PLAZA'라고 써 붙인 게 고작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간판 없는 쇼핑몰'이 탄생한 배경은 이렇다. 관할구청 동구청이 지역 소상인들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간판을 달지 말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야 수 천 억원을 투자해 건립한 쇼핑몰에 간판 하나 제 마음대로 달지 못하는 상황에 속앓이를 할 뿐이다.

그러나 촌극은 이 뿐 아니다. 동구청은 당초 이 쇼핑몰에 '백화점'으로 간판을 달라고 권고했다. 이 쇼핑몰은 유명 브랜드 이월상품을 싸게 파는 아울렛과 롯데마트가 주축으로 신상품을 파는 백화점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백화점이라고 간판을 달면 지역 소상인을 덜 자극하지 않겠느냐며 백화점으로 표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 테두리에서 계획적으로 개발하는 택지 지구 내 상업용지에 들어서는 쇼핑몰에 간판조차 못 달게 하는 지자체의 능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거대 유통기업과 지역 소상인의 상생은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다. 율하지구 인근 반야월시장과 목련시장 같은 재래시장은 롯데마트 등장으로 상권이 더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동구청의 '간판 불가' 권고는 상생 화두를 해결하는 방법치고는 다소 세련되지 못해 보인다. 위기를 느낀다고 해서 모래 속에 머리만 처박는 '타조식' 행정으로 읽힌다.

롯데쇼핑은 율하지구 롯데쇼핑프라자 2000여명 직원 중 80%를 동구 지역주민으로 채우고, 동구 주민 출신인 5명의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직원 급여를 지역 연고 은행인 대구은행에 맡기기로 하고, 인근 재래시장 현대화사업 지원도 약속했다.

'지역에서 민심을 얻느냐, 잃느냐'의 여부는 롯데쇼핑프라자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지자체가 간판을 못 달게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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