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화점은 '여름' 로드숍은 '겨울'

[기자수첩] 백화점은 '여름' 로드숍은 '겨울'

신동진 기자
2011.07.29 07:55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더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은 "덥다"를, 매장 점원들은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치는 모습이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요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의 표정엔 짜증이 가득하다.

의류매장 한 켠에 마련된 피팅룸(옷을 갈아입는 공간)에서 나온 고객은 얼굴을 찌푸리며 땀을 닦아내는 모습도 보인다. 백화점을 찾은 한 고객은 "옛날에는 밖에 있다가 들어오면 시원했는데 지금은 (백화점 온도가) 안이랑 밖이랑 똑같은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로드숍 등 소규모 매장 풍경은 이와는 완전 반대다. 지난 주말 찾은 롯데백화점 노원점 근처엔 로드숍과 냉방온도 제한을 받지 않는 상점들이 즐비했다. 매장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출입구는 활짝 열려 있었다. 정문을 향해 쏘아대는 에어컨 바람은 더위에 지친 고객들을 유혹하는 듯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손에 들고 있던 얇은 카디건을 입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매장 내로 들어온 고객들은 더위를 식히며 "이제는 더우면 로드숍으로 와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런 현상은 지식경제부의 냉방온도 제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 11일부터 여름철 에너지 절감대책으로 에너지다소비 건물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478개 건물의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올해 냉방온도 제한조치는 혹서기 전력 수급 우려와 유가상승 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물론 그 취지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다만, 최근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에 있어 '사회적 합의'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올해 초 정부가 추진했던 삼색신호등과 도로명 확정·고시가 떠오른다. 이들은 모두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이 국민들의 반대여론에 부딪혔던 사례다. 지경부의 온도제한도 '이와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에너지절약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사전에 사회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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