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을 관리하는 업무를 정부에 맡겨라. 아마도 5년 안에 모래가 바닥날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명언인데 '정부의 실패'가 가져오는 심각한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정부의 실패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학자들은 불완전한 지식 정보 및 규제 수단, 근시적안적 시각, 정치적 제약 및 편견 등으로 인해 정부의 실패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역할이 아예 필요 없으며, 무조건 시장에만 다 맡겨둬야 한단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시장 역시 분명 만능은 아니다. 시장도 종종 실패하는데 시장생태계가 자정 작용을 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정부가 개입하면 흐트러진 경제를 바로 잡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여주기도 한다. 정부의 개입은 적절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올바른 수단으로 이뤄져야 한다.
#. 최근 정부와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 사이에 판매수수료 인하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 대표를 모아 중소 입점업체의 동반 성장을 위해 판매 수수료 인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백화점 업계에게 자율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업계가 자율방안을 제출했으나, 공정위는 마음에 안 든다고 퇴짜를 놨다. 그리고 대형 패션업체나 명품 브랜드에 대해 백화점 영업 실태조사에 나서며 새로운 안을 제출하라고 업계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공정위의 취지는 물론 정당하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들을 마치 약자를 괴롭히는 `파렴치한`처럼 대하는 듯한 태도는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나 대형패션업체들의 경우 굳이 백화점이 아니어도 영업이 잘 되는데다 집객 효과도 크다 보니 판매 수수료가 낮은 것인데, 이와 비교해 중소업체 수수료를 무조건 낮추라고 하는 건 부당하단 유통업체들의 주장도 그렇게 억지가 아니다.
#. 조셉 S. 나이 등 하버드대 교수들의 공저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에선 정부불신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권위주의 △막후교섭주의 △대안없는 입장표명 등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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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을 최근 공정위의 모습과 비교해, 왜 이른바 '경제 검찰'이라는 불리는 공정위의 말발이 다른 사안과 달리 잘 먹히지 않는지 살펴보자.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 기관의 목소리는 권위를 갖지 못한다.
우선 공정위원장이 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업계 대표들을 불러 판매수수료 인하에 합의했다 발표하는 건 그야말로 권위주의적 행태다. 또 실무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놓으라고 물 밑에서 요구하면서도, 표면적으론 그런 일 없다고 딱 잡아떼는 모양새가 바로 막후교섭주의에 해당한다.
중소 입점업체에 대해 무조건 수수료를 낮추라는 공정위의 요구가 '대안없는 입장표명'에 해당되는지도 따져보자. 각 백화점별로 중소입점업체는 수 백 곳인데 그 매출 비중은 아주 낮다. 설사 (공정위 요구대로) 백화점에서 무조건 판매수수료 인하에 수 백 억 원을 내놓는다 해도 중소업체당 돌아가는 돈은 연간 1억 원 안팎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적은 건 아니나 애초 정부 취지대로 중소기업이 동반성장 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유통 대기업에서 부담은 부담대로 지면서도, 정작 중소기업 성장엔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쟁력 유무에 상관없는 무차별적인 수수료 인하 대신에, 차라리 발전기금을 조성해 우량 중소기업을 돕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 이웃나라 일본의 백화점이 몰락하는 와중에도 우리 백화점들은 계속 '승승장구'했다. 이는 고객 심리와 사회 변화에 잘 대응한 덕분이지, 일부의 인식처럼 오로지 중소기업을 쥐어짜서 이룬 건 분명 아니다.
이른바 `갑(대형유통업체)`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면 될 일이지, 무조건 수수료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건 공정위의 할 일이 분명 아니다. 또 공정위에 대한 신뢰도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 유통업체도 계속 잘 되고, 중소기업도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은 분명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