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F/W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 총정리

201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성복 컬렉션은 지난해와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유럽의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눈길을 끌었다.

1.파티가 사라지다.
이탈리아에 몰아닥친 최악의 경제 위기는 패션쇼도 바꾸어 놓았다. 올해 패션 위크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그 많던 파티가 사라졌다. 유일하게 돌체 앤 가바나가 자신의 몬테 나폴 리오네에 위치한 플래그쉽에서 이탤리언 영화를 접목시킨 2012 에스에스 캠페인에 관련한 이벤트를 열었을 뿐이다.
물론 디자이너들과의 친교 애프터 파티는 있었겠지만 몇 해 전만 해도 휴대폰, 책 창간 등 각종 협력 업체와 이뤄진 대규모 파티가 많았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2. 더욱 화려해지다-이브닝 룩에 최선!
디자인을 통해 이번 밀라노 컬렉션의 경향을 이야기 하자면 이 역시 경기 불황의 영향인지 럭셔리 브랜드의 생명인 럭셔리함이 더욱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가죽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 캐시미어 중에서도 가장 찾기 힘든 것, 가방이라면 더욱 큰 사이즈, 파티 룩이면 정말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돌체 앤 가바나는 아예 오페라 무대와 음악을 내세워 금사 자수로 이뤄진 각종 장식을 주력으로 한 슈트와 이브닝 룩으로 격정적인 무대를 장악했다. 젠틀맨을 콘셉트로 한 버버리 프로섬의 컬렉션은 그들의 장기이기도 한 정통 브리티시 슈트와 아우터를 비가 내리는 무대 위에서 메인 아이템으로 선보이며 이브닝 룩과 평상시 스타일의 경계를 허물고 더욱 차려입는 남성이 되길 권유했다.


또한 이탤리언 시크를 표방하는 럭셔리 브랜드인 토즈의 새로운 구두들은 더욱 길어지고 뾰족한 앞코 디자인을 선보이며 투박한 구두의 종말을 알렸다.

꽃 자수를 내세운 구찌와 장미 모양의 볼펜을 행커치프로 꽂은 프라다, 와인색의 톤온톤 매치로 무대를 가득 메운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화려하고 섹시한 남자를 강조하기에 충분한 컬렉션들이었다.
3. 유명 블로거는 따로 없다. SNS, LIVE 만 있을 뿐!
바로 6개월 전에 열렸던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에만 해도 브라이언 보이(패션계 파워 블로거란 말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시안 블로거)를 비롯한 유명 패션 블로거들이 프런트 로(가장 앞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어느 쇼에서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컬렉션이 트위터나 페이스 북, 유튜브등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쇼가 끝나는 대로 바로 쇼 사진과 백 스테이지 사진을 업데이트 하여 전 세계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독자들의 PICK!
초고속 인터넷 정보화 시대를 맞아 럭셔리 브랜드 특유의 감추는 마케팅을 넘어 또 유명 파워 블로거 몇 명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훨씬 더 진화된 패션 브랜드의 생존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준 현장이었다.
패션이든 뭐든 소통은 이제 필수적인 키워드다.

4. 살디(Saldi)와 쇼페로(Sciopero)
살디는 이태리어로 세일이고, 쇼페로는 파업이다. 이번 밀라노 컬렉션 기간 내에 가장 많이 듣고 본 말이다. 세일이야 늘 컬렉션 때 항상 이뤄지는 거라 낯선 것이 아니지만 이 번 만큼은 새롭게 다가왔다. 밀라노의 가장 큰 변화가인 몬테 나폴 리오네에 도착하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를 만났다. 마치 무슨 시장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미팅 차 동행한 이탤리언 포토그래퍼는 세일이라고 해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경기불황으로 중산층이 무너져 명품을 세일 기간에 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은 다름 아닌 택시의 파업. 이탈리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대중교통 파업이 흔하다. 가장 방문객이 많은 패션위크에도 늘 파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착한 첫날 몇몇 대형 택시 회사가 파업을 하면서 공항에서 택시를 타려던 수많은 패션 관계자들을 버스와 도보로 호텔까지 오게 만들었다.
밀라노 패션 위크 마지막 날 저녁에도 갑작스러운 파업을 한 번 더 감행, 밤 12시 넘어 끝나는 브랜드 미팅후 모두 트람(전차)이나 도보로 귀가해야만 하는 혼란을 겪게 했다.
대부분 밀라노를 떠나 파리로 향하는 그 다음날까지 택시 파업은 이어졌다. 가뜩이나 짐도 많은 패션 관계자들이 버스나 개인 영업차를 타기 위해 공항까지 더블 요금을 내면서 가야했다.
패션 위크면 늘 밤늦게까지 불야성이던 바와 클럽 모두 마치 영업을 멈춘 것처럼 조용한 가운 데 마무리된 그야말로 낯선 밀라노를 이끈 택시 파업 사태야 말로 이번 패션 위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5. 지 제냐의 새로운 디자이너는 과연 성공할까?
제냐 그룹에서 혁신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스타일을 다루는 지 제냐. 이번 밀라노 컬렉션에서는 2012 F/W 시즌부터 새롭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폴 서리지(Paul Surridge)의 첫 번째 데뷔 무대가 열렸다.
기존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드로 사르토리(Alessandro Sartori)가 벨루티로 임명된 것. 폴 서리지는 더욱 젊어진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마치 디자이너라기보다는 동 시대의 포토그래퍼를 연상하게 하듯 복잡하지만 일관성 있게 진화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
하지만 제냐 브랜드가 갖고 있는 헤리티지와 테일러링의 전통성은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하여 실용적이면서도 밀도 있는 의상을 선보였다. 새로운 디자이너의 첫 쇼는 프레스가 가장 관심을 갖는 자리, 이 날 역시 수많은 프레스는 폴 서리지를 심판대에 올리며 그의 옷을 관찰했다.

일단 컬러는 지 제냐가 그래왔듯 일관적이며 심플했다. 네이브 블루, 차콜 그레이, 카키, 버건디 등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딥 컬러들이 주를 이뤘으며 여기에 일렉트릭 블루, 사파이어 레드-오렌지, 에메랄드 등 명쾌한 컬러들이 그래픽적인 요소로 더해지며 젊은 감각을 뽐냈다.
소재 중 가장 돋보였던 것은 클래식한 울. 꼭 맞는 어깨와 슬림한 피트의 바지가 더해져 남성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또한 구리 소재가 곳곳에 포인트로 배치되었는데 코트와 팬츠의 여밈은 물론, 액세서리의 지퍼에도 도금되어 사용하므로 써 보다 캐주얼한 요소를 더했다.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폴 서리지의 젊어진 지 제냐 컬렉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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