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자체는 참 좋은 말이다. 나보다 기량이 못한 사람에게도 일을 나눠줘서 같이 살자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경제학교과서에서 말하는 최적의 자원배분이 아니다. 최선의 경쟁력을 지닌 사람에게 일을 준 것보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최적일 수 있다. 생산효율이 떨어지는 대신 사회불안요소를 줄여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최강의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에 모든 게 맡겨지고 그 성과를 독식하는 시스템은 언젠가 폭발해버릴 수 있다. 생산과 배분에서 소외된 곳은 어떤 형태로든 저항을 일으킬 테니까.
이렇게 보면 동반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기심이라는 동물적 본능과 시장을 앞세운 비정한 자본주의에 사회성이라는 인간성을 입히는 일이다. 1대의 가 이룬 부를 세습을 하는 구조라면 동반성장은 더 필요하다.
문제는 그 사회성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잡느냐 하는 '톨레랑스'(허용수준)다. 잘못하면 효율성이 심하게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 모두 불행해져 버릴수 있다. 그래서 톨레랑스는 각종 연구·토론·협상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해관계의 충돌이기 때문에 통합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 과정의 생략은 비극일 수 있다.
선거철인 지금 그 위험이 너무 크다. 뒷감당이나 효과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고 동반성장, 서민의 이름으로 규제공약이 급조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엇나간 규제가 대형마트 영업규제다. 대형마트가 물러나주면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이 살 수 있다는 가정인데 아무리 봐도 말이 안된다.
왜 대형마트 주위에 안경점·카센터·음식점 등 점포가 많을까. 대형마트는 그 동네에서 주차장 역할을 한다. 마트에 차 대고 시장 보러 간 김에 인근 점포에도 들러서 필요한 것을 산다. 이런 것들이 생태계다. 유통의 진화 속에서 그게 간단치 않게 구축돼 있다. 그것은 동네마다 다르다.
어디 규제를 하기 전에 재래시장과 마트의 생태계를 정밀히 분석해본 적 있는가. 뭐가 겹치고 뭐가 안겹치는지, 소비자 동선은 어떤지 지도라도 그려봤는가. 어디를 규제하면 어디가 얼마나 죽고 사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깜깜이로 규제수위만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측량도 없이 토목공사를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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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재래시장에 안가는 건 불편해서 그렇다는 게 중론이다. 주차하기 힘든 곳에 아기를 데리고 가서 더위·추위 다 감수하며 쇼핑하려는 주부는 없을 것이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은 쇼핑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뒤 다시 떴다. 여기 도시락카페는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의 단골 점심식사 장소가 됐다. 그 시장만의 향기를 살려 볼거리와 얘깃거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형마트를 잡아서 재래시장으로의 풍선효과를 억지로 만들려면 최소한 토·일요일은 다 쉬어야 할 것으로 본다. 마트로서는 매출이 최소 30%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줄어든 것이 과연 재래시장으로 의미있게 갈까. 마트에서 줄어든 소비의 상당부분은 그냥 없어져 버릴 가능성이 많다.
재래시장에 안가는 이유는 마트규제가 없어서가 아니니까. 격주 일요 휴무 마트 수가 50% 넘어간 지금 소비자 반응을 보면 대체쇼핑처를 찾기보다 그냥 포기해 버리고 있음이 일선 기자의 취재에서 우려스럽게 나타난다.
모 대형마트는 재래시장 건물을 통째로 사서 현대식 건물 짓고 1층에 상인을 입주시키고 나머지 층은 공산품으로 마트를 꾸리는 것을 추진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안됐다. 상인들은 대찬성인데 상인에게 임대준 상가 소유주돚건물주가 비틀어서 그랬단다. 이런 현장에 나서서 이해를 조정해 일이 되도록 하는 게 정치인이 할 몫이 아닐까.
일자리를 위해 성장을 촉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성장을 죽이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