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中매출 2조 넘어 한국사업 역전 예상…'꽌시' 중시한 기부경영의 힘
이랜드가 지난 10년간 '한국까르푸(Carrefour)'와 '뉴코아, 킴스클럽'을 버리고 올인한 중국에서 올해 2조 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 사업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ELFCH, 이하 이랜드차이나)의 홍콩 증시 상장을 지난해부터 다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사업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일단 IPO(기업공개)를 위한 실무 작업만 해두고 실제 상장은 그룹 자금수요에 맞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차이나는 2007년 9월에 설립된 후 5년 3개월여 만인 지난해 말 총자산이 1조413억 원, 당기순이익이 158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수치는 이랜드차이나 단일 기준이다. 스무 곳 이상의 이랜드 중국 계열사가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랜드차이나가 거느리고 있는 중국 내 이랜드 계열사는 △의념(여성, 아동, 내의복) 법인이 1조1197억 원 △의련(남성복, 잡화) 법인이 2720억 원 △위시(아동복) 법인이 2577억 원 등 총 1조649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차이나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나면서 2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랜드차이나는 의념을 포함한 3개 법인을 통해 5865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이랜드패션디자인에서 제품을 디자인하면 중국에서 생산, 현지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순항하고 있다. 3개 법인은 주요 대도시 상위권 백화점에 입점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이후 2, 3성급 도시들로 매장을 확장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랜드차이나는 특히 상하이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의 첨단 패션이 상하이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랜드가 지난해 상하이에 700억원 이상 규모의 사회공헌 활동을 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차이나의 성장 속도가 현지화 전략의 성공으로 예상보다 빠르다보니 당초 예정한 홍콩 증시 상장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상장을 준비했지만 기업가치 평가가 기대에 이르지 못해 보류했고, 지난해부터 재추진한 공모 규모 10억 달러(한화 약 1조800억 원)의 IPO는 올해 하반기로 다시 미뤄진 상태다.
독자들의 PICK!
이랜드는 지난해 1조6000억~2조 원 규모의 미국 신발업체 CBI(Collective Brands Inc.)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랜드차이나 IPO를 준비했다. 조 단위인 CBI 인수 자금을 중국사업 상장으로 메울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 인수전에서 실패하면서 상장을 위한 명분은 사라졌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실무자들에게 홍콩 증시 상장을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담당 실무진은 지난해 이랜드차이나 IPO 주관사로 내정했던 크레디트스위스(CS) 이외에 공동 주관사 선정을 준비하면서 이들에게 지난해 CBI에 버금가는 조 단위 의류 브랜드 M&A 거래 소개를 주문했다.
거래 관계자는 "박 회장은 꼭 필요한 조 단위 M&A로 인한 자금 소요가 아니라면 이랜드차이나 IPO가 당장 급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워낙 강해 주변에서 (IPO를) 권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이랜드는 최근 미국 신발회사 케이스위스(K-Swiss)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2000억 원을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했다. 중국 계열사를 제외하고도 국내에 유보한 자금이 4000억 원 가량이어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었다. 덕분에 모간스탠리가 도운 이 거래는 시장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마무리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는 2007년 '뉴코아 사태'와 까르푸 매각 후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승부를 건 것이나 다름없다"며 "올해부터 중국 사업의 비중이 (국내보다) 더 커져 모든 결정을 그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