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최근 정치권의 추가적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한 대형마트 임원의 반응이다.
지난달 민주당 이낙연 의원실은 순수익 5% 이내에서 대형마트에 유통산업발전 부담금을 부과하고 담배 등 일부 품목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마트가 버는 돈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징구해서 재래시장 시설 정비 등에 사용하고 담배 등 소형 점포에서 판매하는 것이 적합한 품목은 아예 법으로 정해 마트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강력 반대해야 할 내용이지만 실제 반응은 모 임원의 말처럼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이처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맞을 만큼 맞았고 더 때려봐야 아프지도 않다는 자조적인 심정이 배어 있다.
대형마트 틈새 속에 설 자릴 잃고 몰락해가는 전통시장을 되살리고 영세상인들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법이라는 강제수단을 동원해 기업에 수익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물리고 쇼핑 편의를 찾아 고객이 모여드는 마트에 일일이 금지품목을 지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매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한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 불황과 의무휴업으로 인해 대형마트들의 매출은 역신장세로 돌아섰고 신규 출점 발걸음도 멈춰 섰다.
법안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내용인지, 실효성은 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서울시는 배추, 시금치, 무, 갈치, 고등어, 두부, 계란 등 신선·조리식품과 담배, 소주, 맥주 등 기호식품을 아우르는 51개 품목의 대형마트 판매 제한을 추진하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계란은 재래시장에서 사고 가공식품은 마트에서 사야 하냐는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도 생각해달라는 의견이었다.
이에 이번 법안은 두부, 계란, 소주 등 여론의 반발을 살 만한 품목은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남은 품목이 담배와 쓰레기봉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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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수점 수준이다. 이마트가 0.7%, 홈플러스가 0.3%다. 쓰레기봉투의 매출 비중은 그 이하다. 대형마트로서는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인 품목인 셈이다. 여론도 원치 않고 실제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면 '생색내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