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고 후 '123층 제2롯데월드' 안전성 논란 증폭]<1-1>"안보와 바꾼 무리한 개발"

"단 1주일이라도 좋으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어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필생의 숙원사업으로 통한다. 신 총괄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2롯데월드를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남은 인생의 꿈"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23층(높이 555m) 마천루를 짓는 이 프로젝트는 최근 심상치 않은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 이후 성남 공군비행장의 하늘 길에 들어서는 이 프로젝트의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시 우리 군 항공 작전의 최고 요충지이자 대통령 전용기까지 이착륙하는 공항 하늘 길이 기업의 사익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배경에서다.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헬기 사고 이후 "허가한 층수를 모두 짓지 말고 안전성이 정확히 검증될 때까지 사업을 잠정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제2롯데월드는 '민간 판 4대강 사업'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들린다.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성남시민들도 심각하게 반대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불도저식으로 인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국내 항공사의 13년차 조종사 A씨는 "만약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같은 빌딩이 들어선다면 모든 항공사 기장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섰을 것"이라며 "제2롯데월드는 성남 비행장이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 공항이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항공안전을 비롯해 환경·교통 재앙, 부동산 투기 등 복잡한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정권(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이 3번 바뀌는 내내 사업은 제 자리 걸음이었다.
그러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며 20여년동안 실현되지 못한 사업이 술술 풀렸다. 제2롯데월드를 555m로 지으려면 공군 활주로를 3도만 틀어주면 된다는 파격적 결정이 승부수였다.
◇회장님의 꿈, 36층 건물 123층으로 바꿨다=롯데그룹은 1987년 12월 당시 시유지였던 제2롯데월드 부지 8만7770㎡(2만6500평)를 매입했다. 초고층 사업 의지를 처음 드러낸 건 1995년. 송파구청에 최고 100층, 높이 402m 건물을 짓겠다고 도시설계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비행안전구역 내 부지는 해발 137m, 인접대지는 해발 164.5m 까지만 건축이 가능하다'는 공군의 입장으로 100층 건축 계획은 무기한 중단됐다. 서울 노른자위 땅을 그대로 둘 수 없었던 롯데는 1998년 최고 36층, 높이 143m로 제2롯데월드 부지의 건축허가를 받아 터파기 공사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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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제2롯데월드 초고층 건설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막대한 공사비가 드는 반면 사업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론은 신 회장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롯데그룹은 2003년 미국연방항공청에 기술 자문을 받아 2004년 지하 5층∼지상 112층, 높이 555m(첨탑 포함) 건축물을 짓는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송파구청에 다시 제출했다.
그러자 공군이 펄쩍 뛰었다. 건축허가 절차도 유보됐다.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위원회가 소집됐고, 공군 요청으로 2006∼2007년 비행안전영향평가 용역까지 실시했지만 제2롯데월드는 '건축 불허' 결정을 받았다. 행정조정위원회가 내놓은 절충안은 최고 40층, 높이 203m 건축안이었다.
롯데그룹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또 한편으론 서울시에 최고 112층 제2롯데월드 사업계획을 40층으로 변경하는 신축계획안도 비공개로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계획안은 112층짜리 건축 계획안을 40층으로 층수만 편법 위장한 것이어서 서울시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제출했던 계획안을 살펴보면 계단과 엘리베이터, 방화시스템 등 모든 건물구조가 112층에 맞춰져 있었다"며 "롯데의 꼼수에 심의위원들이 혀를 찼을 정도"라고 말했다.
◇"안보와 바꾼 무리한 개발…MB정권 민간판 4대강"=롯데에 불리하게만 돌아가던 상황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며 급변했다. 대통령이 직접 제2롯데월드 사업이 일자리 창출 등에 긍정적이라며 힘을 실어줬고 112층 건축안은 사실상 허용됐다.
반대의 주역이었던 공군은 참모총장이 경질되는 와중에서 "활주로를 3도 조정하고 첨단안전장비를 보강하면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자신감을 얻은 롯데는 급기야 112층을 123층으로 더 높이는 쪽으로 설계를 변경해 2011년 대공사의 첫 삽을 떴다. 부지 매입부터 착공까지 꼬박 24년이 걸렸다.
제2롯데월드가 이명박 정부의 민간판 4대강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부친 것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에는 이 공사 여파로 인근 석촌호수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석촌호수 수위가 0.7m나 낮아졌고 15만톤이 넘는 호숫물이 사라졌다"며 "제2롯데월드 지하공사 이후 녹조와 악취도 심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그룹측은 "석촌호수 수량 감소는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며 "이달 말까지 한강물을 끌어들여 석촌호수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또 "제2롯데월드는 건축심의 및 인허가를 거쳐 건축중인 만큼 층수를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비행안전을 위해 활주로 방향을 조정하고 최첨단전자장비까지 공군에 공급한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